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 방어를 명분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안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당 내홍 등으로 ‘2선 후퇴’했던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들이 야당과의 ‘협상’을 강조하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뒤 ‘국정조사 반대’ 주장을 견인하며 당내 세 과시에 나서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당내 중진(3선 이상)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만약 필요하다면 어느 시점에 가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신속한 강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는 정쟁만 유발하고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오후 이어진 재선 의원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압도적 다수가 ‘지금 국정조사는 지금은 아니다. 수사가 끝난 이후에 부족한 게 있으면 그때 다시 판단하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하며 “원내대표단 상황에 따라 선택해달라는 일종의 위임 결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가 이날 중진·재선 의원들과 연쇄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한 건, 당내 친윤계 의원들이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장 의원은 지난 8일 주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논란을 빚은 김은혜(홍보)·강승규(시민사회) 수석을 퇴장시킨 것을 문제 삼으며 “지금 드러난 걸 보면 좀 걱정된다”며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가 이날 회동 뒤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자, “민주당의 태도나 조치를 봐가면서 우리당의 입장을 정할 생각”이라며 여지를 열어뒀던 주 원내대표가 당내 친윤계들의 압박에 ‘수용 불가’로 돌아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선 주 원내대표가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국정감사장에서 퇴장시킨 경위까지 설명하며 읍소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중진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당사자(김·강 수석)들이 차라리 퇴장하는 게 낫겠다고 얘기해서 따라줬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며 양해를 구한다며 사과 비슷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회의 직후 장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만장일치”라고 말했지만, 권은희 의원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쟁화될 부분을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며 이렇게 밝혔다.
당내 비윤계에선 친윤계의 ‘국정조사 반대 몰아가기’에 대한 반감도 나타나고 있다.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만장일치나 박수에 의한 추인은 집단사고를 부추기고 당의 상황적응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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