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종/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내년 2월말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부쩍 수도권과 엠제트(MZ) 세대에 대한 언급이 잦다. 당 대표 출마 희망자들은 수도권, 엠제트 세대로 당 외연을 확장할 적임이라고 자부하고 나섰다. 당 주변에서는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당 대표로 세우기 위한 분위기 띄우기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엠제트 세대, 미래 세대의 새로운 물결에 공감하는 그런 지도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다음 당 대표는) 2024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분, 엠제트 세대에게 호응 받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분, 공천 관리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 투톱이 나란히 수도권과 엠제트 세대 지지를 받는 당 대표를 언급하자, 윤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윤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전당 대회 출마에 뜻을 둔 의원들은 자신들이 적임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청년 세대의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동해야 한다”고 적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중도와 2030 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대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수도권의 민심을 살필 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적었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21석의 수도권 의석 중에 16석(서울 8석, 인천 1석, 경기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과 달리 당내에선 ‘윤심’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윤심’이 당내가 아닌 장관 등 외부 인사에 가 있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 안에는 마땅한 당 대표 주자가 없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내각을 포함해 대표 주자군을 더 펼쳐 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도권, 엠제트 언급은 2024년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뜻보다 자기 정치를 위해 공천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용산의 의중이 담긴 말”이라며 “그런 면에서 한동훈 장관 차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김석기 사무총장(오른쪽)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안에서는 한 장관 차출론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충청권 한 의원은 “팬덤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 장관이 당 대표로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 장관으로는 훌륭하지만 당이 건강해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오죽 사람이 없으면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용산의 정치 경험 부재로 자꾸 여의도와 거리가 생기는데, 그런 면에서는 한 장관도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초선 의원도 “장관으로서는 훌륭할지 모르겠지만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의 능력은 의문”이라며 “의회를 대하는 태도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엠제트 세대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않고서는 수도권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본다면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재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에 이은) 또 다른 ‘0선’ 대표라는 점에서 당 대표 출마가 조금 빨라 보이긴 하지만 확실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각인될 수 있다면 의외로 당내 리더십이 작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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