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고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총리의 거처인 총리공관과 정부서울청사까지의 거리는 10분 정도라, 야당은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용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윤건영 의원이 8일 공개한 국무총리실 출퇴근 기록에 따르면, 한 총리는 참사 당일인 10월29일 밤 11시42분에 이태원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힌 밤 11시1분보다 40여분이나 늦은 시점이다.
보고를 받은 한 총리는 4분 뒤인 밤 11시46분 행정안전부장관과 소방청장, 경찰청장에 ‘사고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내용의 긴급지시를 내렸고, 다음날 새벽 0시55분에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상황실로 나왔다. 참사 사실을 인지한 지 1시간13분 만이다.
한 총리는 지난달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사고 인지 후) 즉각 대통령과 통화를 했고,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상황실에 출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서울청사는 한 총리의 거처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약 2km 떨어진 거리에 있어 차량으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참사 직후 재난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총괄 책임자 격인 총리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과 총리비서실장의 대응을 두고도 지적이 나온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참사 다음날인 30일 새벽 2시30분이 돼서야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도착해 한 총리가 주재한 긴급대책회의(새벽 1시50분)에 참석하지 못했다. 앞서 방 실장은 참사 당일 밤 11시16분에 참사 사실을 알았음에도, 한 총리에게는 26분 뒤에 알려 ‘지각 보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박성근 총리비서실장은 참사 당일 총리실 담당자로부터 밤 11시52분에 보고를 받았지만, 사고 수습이 한창 이뤄지던 다음날 새벽 시간 때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실장이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한 시각은 오전 9시다.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보다 참사 발생 사실을 늦게 알고도, 여유 있게 출근한 국무총리와 총리 주재 긴급회의 시각 이후에 출근한 국무조정실장, 다음날 아침에서야 청사로 출근한 총리비서실장의 모습은 10월29일 대한민국 정부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며 “총리실은 이태원 참사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총리는 (청사로 나오기 전까지) 계속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긴급지시도 계속 냈다”고 해명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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