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대전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9일 오전 대전 대덕구 대덕우체국 앞 거점 시위 현장에서 총파업 철회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법쇼를 중단하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12월31일 일몰하는 ‘안전운임제 유효기간을 2025년 12월31일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이 지급받는 최소한의 임금 보장을 통해 과로와 과적, 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로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법제화와 적용 품목확대를 요구하며 16일째 파업중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파업 이틀 전 ‘품목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제시했다가 이를 거둬들인 뒤 화물연대에 ‘운송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애초 정부와 여당이 제안했던 ‘품목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 수용 의사를 밝히며 중재에 나서려 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자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통과시켰다. 다만 이 법안이 국토위를 통과하더라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올해 연말 일몰되는 안전운임제를 계속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어 “민주당이 또다시 민노총(민주노총)의 하수인 역할에 나섰다”며 “동력을 상실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퇴로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미 효력을 상실한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며 국회 강행 처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가는 순간 정부안은 무효가 된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파업에서) 선복귀해야 후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여당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까지도 3년 연장하는 법까지 발의해놓고도 오늘 회의까지 불참하고 합의 처리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지침을 따르는 여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무기력한 정치력을 보여줄 뿐”이라며 “이런 무책임한 여당의 입장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처럼 노골적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대화를 가로막고 퇴로를 봉쇄하고 노동자의 굴욕을 강요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의 약속 파기로 인해 시작됐다. 오로지 정권의 보위를 위해서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이런 윤석열 정부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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