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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뉴스분석] 정동영 의장-고건 전 총리 12일 점심회동

등록 2006-03-08 19:07수정 2006-03-08 21:28

엇갈린 속내, 당장 소득은 없겠지만…

정, 선거지원 요청-고, 영향력 과시가 목적인듯
조건 안맞는 거래…원론적 대화만 오갈 가능성 커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이미지가 겹치는 두 사람이 있다. 고건(68) 전 총리와 정동영(53) 열린우리당 의장이다. 둘 다 전북 출신이고 학연이 있다. 고 전 총리는 한국전쟁 당시 전주고의 전신인 전주북중을 잠시 다닌 일이 있다. 정 의장은 전주고를 나왔다.

정치적 인연도 있다. 정 의장은 김대중 정부 초기였던 1998년 6·4지방선거에서, 국민회의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고 전 총리의 선거기획본부장을 맡았다. 그 선거에서 고 전 총리는 최병렬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민선 서울시장이 됐다.

그 뒤 노무현 대통령은 고건 총리에게 국정을 총괄하도록 했다. 고 총리가 물러나고 ‘2기 내각’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사령탑은 정동영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노 대통령의 절대 신임을 얻었던 사람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는 것이다.

정책노선도 비슷하다.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이념 성향을 ‘개혁적 실용주의’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실용적인 혁신을 통해 미래를 연다는 뜻으로 ‘창조적 실용주의’를 내세운다. 정 의장은 고 전 총리를 포함해, ‘미래세력, 평화세력, 민주개혁세력’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당내 비판 때문에 최근에는 입에 담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그는 ‘실용파’다. 두 사람은 ‘개혁’ ‘미래’ ‘실용’이 겹친다.

열린우리당 후보 적합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본선에 ‘도저히’ 함께 나설 수는 없는 두 사람이 과연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는 시간이 좀더 흘러야 알 수 있다. 그런 두 사람이 12일 점심식사를 함께한다. 비공개로 2시간 정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김덕봉 전 총리공보수석과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배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선을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대언론발표를 한다.

이번 만남에 적극적인 쪽은 정동영 의장이다. 정 의장은 5·31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따라서 염치 불구하고 고 전 총리에게 지방선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당해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최소한 개인적으로 여당의 수도권 후보들을 좀 도와달라는 얘기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수도권에서 강금실, 진대제, 강동석 세 사람이 나서고, 고 전 총리가 이들을 도와주는 구도를 생각하고 있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바닥에는 고 전 총리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세가 있다”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고건 총리 시절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쪽은 계산이 좀 다르다. 고 전 총리는 8일 충북대에서 강연을 한 뒤 기자들에게 “중앙정치가 너무 과도하게 지방선거에 개입해 과열시키고 있다”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동문 선후배의 만남인데 언론이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미리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고 전 총리의 측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은 물론이고 특정 후보들도 돕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선거법이 엄격하기 때문에,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하다가는 누군가의 고발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망신살이 뻗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의 시선은 확실히 ‘지방선거 이후’에 가 있다. 대선 예비주자들과 각 정당의 합종연횡 국면에서 정치적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현재 20% 안팎인 지지율을 유지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직전 김근태 의원을 ‘만나줬듯이’, 정동영 의장도 ‘만나주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게 이번 회동 수락의 배경으로 보인다.

결국 12일 회동은 맥빠진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때문에 정 의장 쪽에서는 두 번째, 세 번째 회동을 기대하고 있다. 공감대를 넓혀 가면서 집요하게 설득해 보겠다는 것이다.

정치가 사업과 다른 점은 ‘예상을 깨는’ 파격 때문일 것이다. 성공하기 어려운 이번 회동을, 정치적 의미가 있는 자리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두 사람의 역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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