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노동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노노 간 비대칭 구조”라며 “흔히 이중구조라고 쓰지만 정확히는 착취 구조”라고 밝혔다.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를 ‘착취’로 규정하며 노동계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한광옥‧장영철‧최종태‧김대환‧문성현 전 위원장 등과 오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현직 대통령이 역대 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식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 월급이 크게 차이 나고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현대 문명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바로 잡는 게 노동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 대통령이 기업이 양산한 하청-재하청 구조를 일부 노조의 탓으로 돌리며 거듭 ‘노노 갈라치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광옥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나라가 있어야 기업이 있고,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있다는 애국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각계 인사를 만나 노동개혁이 이 시대의 명제이며 국민을 위한 것임을 꾸준히 설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인 ‘고용세습’ 관행 철폐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8월 정부 시정명령으로, 사업장 60여곳이 자율 개선을 이행해 대규모 사업장에 ‘고용세습’ 단체협약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 시정명령 의결이 잇따르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부대변인은 “고용세습은 현대판 음서제, 비상식적 관행으로 노동시장 내 불공정 불법적 채용 비리”라며 “기회 평등을 무너뜨려 공정한 경쟁을 원천 차단하려는 일부 노조의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부모 찬스로부터 소외된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선 ‘노동자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임금·노동조건에 대한 차별을 만든 것은 기업이고, 법·제도를 통해 차별을 묵인하고 외면한 것은 정부”라며 “차별 해소를 위해 기업에 불리한 정책은 꺼내지도 못하면서 노동자 탄압에만 공을 들이는 것이 현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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