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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거철마다 뭐든 해줄 것처럼 하더니, 청년 예산조차 안 보여”

등록 2023-01-14 07:00수정 2023-01-14 08:18

[한겨레S] 커버스토리
2023년 20대 능력주의 보고서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청년들은 공정하게 일할 기회를 얻어 능력만큼 보상받는 게 정당하다며 ‘우리 사회의 공정’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의견은 보수 세력의 집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새 정부에서 청년들은 그들이 바랐던 공정과 능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된다고 느끼고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엠제트(MZ) 청년 채용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청년들은 공정하게 일할 기회를 얻어 능력만큼 보상받는 게 정당하다며 ‘우리 사회의 공정’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의견은 보수 세력의 집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새 정부에서 청년들은 그들이 바랐던 공정과 능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된다고 느끼고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엠제트(MZ) 청년 채용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는 1년여 전 ‘청년이 말하는 20대 능력주의 보고서’(2021년 12월11일치)에서 지난 대선 ‘최대 캐스팅보트’ 20대 청년들이 요구한 능력주의와 공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폈다. 집단심층면접(FGI·에프지아이) 형식으로 청년 8명을 심층 취재했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STI)와 함께 전국 20~29살 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 여론조사에서 20대 응답자 상당수는 ‘능력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 요구를 분명히 하는 흐름을 보였다.

능력주의 자체에 대해선 긍정 43.8%, 부정 18.9%로 갈렸지만, 개선돼야 한다는 응답자가 84.3%에 이르기도 했다. 또한 경쟁의 결과에 따라 지나친 격차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단 입장에 절반 이상(55.2%)이 동의했다. 또한 남성 응답자는 ‘복지보다 경제성장’이라는 항목에 65.9%가 선택하고(여성 37.4%), 여성 응답자는 ‘경제성장보다 복지’라고 62.6%가 선택하는 등 여러 이슈에서 남성과 여성의 다수 의견이 상반되게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3월 치러진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이러한 요구를 했던 20대를 집중 공략하는 선거 기획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청년들의 투표율은 71.0%로 전체 투표율 77.1%보다는 6.1%포인트 낮았지만, 부동층 비율이 높아 각 대선 후보들은 선거 막판까지 이들의 표심을 잡는 데 공을 들였다. 정부가 바뀌었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 첫해를 넘겼다. 청년들이 원했던 능력주의와 공정, 상식은 새 정부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대선 전 ‘능력주의와 공정’을 요구했던 이들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을까? 청년들이 새 정부에 느끼는 것은 희망일까? 혹은 절망일까?

<한겨레>는 지난해 에프지아이에 참여했던 3명과 또다른 20대 4명 등 7인을 심층인터뷰했다. 동시에 에스티아이에 설문조사를 의뢰(20~29살 695명, 조사기간 2022년 12월13~21일)해 그들에게 1년 전 최대 화두였던 ‘능력주의’와 ‘공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8년여 만에 또 한번 우리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설문조사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7%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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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에 ‘공정·능력주의’ 기대했지만

“4년제와 2년제 대학 졸업자 사이의 임금 차이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에요. 하지만 ‘능력 있는 부모님’ 같은 ‘타고난 환경’을 따라잡는 건 노력만으로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이재현(23·이하 가명)씨는 2021년 말 <한겨레>가 보도한 ‘20대 능력주의 보고서’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개인의 능력만큼 대접받는 ‘능력주의’에 찬성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누군가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1년 전 인터뷰 당시 고졸 취업준비생이던 그는 최근 두달 전 방송국에 취업을 했다. “고졸이란 조건 때문에 비정규직이 되는 건 아닐까?” 속으로만 하던 걱정은 현실이 됐다. 1년여 만에 다시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방송국에서 우편·문서 등을 수발·분류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이씨는 “취업해보니 방송국에서 잡다한 업무를 하는 이들은 주로 나처럼 고졸이면서 스펙이 부족한 분들”이라면서 일을 할수록 (스펙을 다시 쌓지 않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막상 취업을 해보니 세상이 공정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든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인터뷰에서 “출발선부터 다른 현실을 ‘개인 능력만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극단적 현실이 무섭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점점 커진다”며 답답해했다.

재현씨는 꽉 막힌 현실이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지난 대선 당시 출구조사 분석을 보면, 재현씨 또래인 20대 청년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47.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45.5%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권이 교체됐고, 기대했던 대로 상황은 달라졌을까? 에스티아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20대 청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능력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기회의 평등함이 얼마나 잘 구현되고 있냐’는 질문에 71.8%가 ‘잘되지 않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과정의 공정함에 대한 물음에도 76.9%가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는 청년층이 섭섭함을 드러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기회의 평등 72.0%, 공정한 과정 75.7%)와 사실상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경쟁을 통해 얻어낸 결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은 74.5%로 지난 조사보다 오차범위를 넘어 7.8%포인트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또 주목되는 점은 세가지 항목 모두 여성 응답자의 부정적 의견이 80% 안팎에 이르며 남성보다 10~15%포인트까지 높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라고 평가한 이들에게서도 ‘보상’과 관련해 잘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난 조사(70.2%)보다 11.6%포인트 상승한 81.8%로 나타났다. 성별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불공정함을 느끼는 정도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능력주의와 관련한 문항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또 있다. ‘승자와 패자 간에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대답(46.3%→50.2%)과 ‘경쟁의 결과에 따라 지나친 격차가 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55.2%→60.7%)도 오차범위 안에서 동시에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불평등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지만, 동시에 격차를 보정하자는 의견도 늘어난 셈이다. 이 중에서도 격차 보정과 관련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집단은 70.9%, 400만원 이상인 집단은 54.7%가 동의해 대조를 이뤘다.

그래픽 노수민 기자
그래픽 노수민 기자

 “먹고사는 문제에 안전 걱정까지”

윤석열 정부 들어 20대 청년들의 의식에 또 하나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이태원 참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에서는 150명 넘는 무고한 시민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대다수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청년층이었다. 20대 청년들 입장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또래 고등학생들이 대거 희생되는 사건을 겪은 뒤, 8년 만에 비슷한 비극을 겪게 된 것이다.

“솔직히 대한민국이 후진국도 아니고 질서유지하는 경찰, 구청 공무원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그런 일까지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현준(22)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2021년 인터뷰 당시 서울 소재 전문대학에 다니던 현준씨는 취업과 살 집을 주로 걱정했지만, 이제 뜻하지 않은 참사에 마음 졸이며 사회적 안전에 대한 염려로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는) 충분히 예견해서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며 “질서나 안전 가이드라인은 ‘여태껏 희생된 사람들이 피로 쓴 것’이라고 하던데, 참사를 겪으면서 왜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심층인터뷰에 처음 참여한 김소영(26)씨는 “10대 때 겪은 세월호 사건에서처럼 이번에도 컨트롤타워가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을 보면 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결과적으로는 ‘결국 일어날 게 일어났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역시 같은 20대인 김여정씨는 “처음에는 사람 많은데 굳이 저기를 왜 갔을까 생각했지만, 이후 보도를 보면서 (경찰·구청 등) 행정하는 사람들이 위험 신고나 사고 전조 증상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으면 이 정도까지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사 책임의 주체를 묻는 문항과 관련해 20대는 지방자치단체(24.9%), 중앙정부(24%), 경찰(23.9%) 등 순서로 답했다. 청년들은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대해 책임질 이들을 향해 제대로 따지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선 지자체·정부·경찰 어느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려는 이들이 없는 상황이다. 기타(21.6%) 항목에 ‘모두의 책임’, ‘책임을 논하기 애매함’, ‘개인 잘못’ 같은 의견도 있었다. 박유미(24)씨는 “고등학교 졸업한 해인 4년 전에 가보니 그때부터 거긴 아수라장이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최소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은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대가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을 느끼는 또 다른 공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온라인이다. 20대들은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느끼는 안전도는 2.7점(5점 기준. 낮을수록 불안)에 불과해 코로나19 등 감염병(2.8점), 사회재난(3.2점)보다 큰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영씨는 “이젠 일상처럼 돼버린 ‘에스엔에스(SNS) 왕따’나 ‘피싱’, ‘엔(n)번방’ 같은 범죄를 보면, 세상이 안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엔번방 같은 사건이 계속되는 것에서 여성들은 더 불안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들의 불안은 실제 조사에서도 도드라진다.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남성은 30.5%인 데 비해 여성은 60.5%로 두배 가까운 차이를 기록했다.

청년들에게 안전에 대한 불신은 켜켜이 쌓인 듯했다. ‘사회재난과 관련해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안전하다’고 답한 20대의 비율은 절반을 넘지 않았다(44.6%). 여성은 불안이 더 커 보였다. ‘안전하다’고 답한 비율이 33.1%에 그쳤다(남성 55.2%). 이는 앞선 능력주의나 불공정 문항처럼 사회경제적 지위를 두고도 차이를 보였다. 지위가 ‘상’이라고 답한 이들의 78.4%가 안전하다고 응답한 반면, 해당 지위를 ‘하’로 답한 경우 35.7%만 안전하다고 답했다. 지위에 따라 무려 42.7%포인트 차이가 난 것이다.

 “후회되지만 그때 찍을 사람 없었다”

“후회하긴 하는데 그때는 찍을 사람이 없어서….”

김현준씨는 이번 정부 들어 달라진 것을 묻는 질문에 말끝을 흐렸다. 앞서 2021년 집단심층면접에 참여했던 현준씨는 당시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은 대졸 이상, 하청업체는 고졸 이상의 조건으로 채용했다면 같은 월급을 받는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현실을 감내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시험을 볼 기회가 생기도록 회사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학교 앞에서 붕어빵 하나를 사 먹기 무섭게 물가가 올랐어요. 1년여 사이에 보수 정부로 바뀌고 기대를 걸었지만, 취업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게 없어요.” 이번 전화 심층인터뷰에서 현준씨는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현준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그가 당선됐다. 그는 “전문대를 졸업했고, 취직을 못 했다. 공정해졌다는 걸 체감하지는 못하겠다”며 “기대감이 컸던 만큼 눈에 띄는 변화가 없으니 불만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20대들은 ‘지난 정부와 견준 이번 정부에서의 사회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39.1%가 ‘불공정해졌다’고 답했다. ‘공정해졌다’는 13.9%에 불과했다. 그나마 ‘똑같다’는 답이 절반가량(47.0%)이었다. 여기서도 주목할 만한 건 여성과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라고 여기는 그룹이다. 여성은 48.9%, ‘하’ 그룹은 47.6% 등 절반에 육박하는 수가 ‘불공정’에 손을 들었다. 김소영씨는 “여성들이 어떤 점에서 이전과 견줘 더 차별받고 있다고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새 정부의 정책들이 잘사는 사람들 위주이다 보니 여성들에게는 복합적으로 불공정이 강화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와 심층인터뷰에서 ‘후회’라는 열쇳말이 도드라진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0.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평가를 내린 응답자 가운데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투표층에 ‘투표를 후회하는지’를 재차 물었다. ‘후회하지 않는다’가 17.8%에 그쳤다. ‘후회한다’가 12%지만 ‘후회하지만 투표할 후보가 없었다’가 70.2%에 이르렀다.

부정 평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준 항목은 무엇이었을까. 5점 만점을 기준(3점이 보통)으로 정책·이슈별 평가를 물었더니, 이태원 참사 대처(2.11점)나 민생 안정(2.11점)보다 더 낮은 점수가 나온 건 대통령실 이전(2.01점) 문제였다. 이런 수치가 드러내는 의미를 청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소영씨는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진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국민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은 상태에서 옮겨버리겠다고 정하고 뉴스에서 이전을 공식화하는 걸 보고 ‘저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책·이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최근 화물연대 등 노조 파업 강경대응(2.60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에서 높은 점수(4.11점)를 준 덕분에 바닥권 점수를 그나마 끌어올렸다. 다만 ‘노조 파업 강경대응’ 평가와 관련한 20대 전체적인 여론은 ‘잘못했다’는 답(46.9%)이 ‘잘했다’는 답(24.7%)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영씨처럼 노조 필요성을 실감한 이도 있다. 김씨는 “1년 정도 회사에 몸담을 당시에 노조가 없으니까 임금 인상 협상을 하는 데 힘이 들었다”며 “여건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터놓고 얘기를 하거나 정보를 공유했으면 더 나았을 텐데 그마저도 없으니 결과적으로 불리한 (연봉)계약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에 거주하는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27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달서구 계명문화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27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달서구 계명문화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MZ세대론? 선거철이라고 또?

“대선 때는 청년들한테 뭐든 다 해줄 것처럼 하더니 제대로 된 청년 예산도 안 보이고, 잘 모르겠어요. 선거철마다 20대를 잡으면 선거에 이길 수 있을 것처럼 그러는데….” 김도현씨의 말이다.

다음 전국 선거인 2024년 총선까지 다시 1년여 시간이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다시 20대를 호명한다. 이미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주요한 키워드의 하나 역시 다시 ‘엠제트(MZ) 세대’다.

김도현씨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지지층이 딱 정해져 있으니 우리만 잡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엠제트 세대라고 묶어 놓고 다 똑같은 사람들 취급하는 건 거부감이 있다. 결국엔 지지를 받는 만큼 혜택을 고루 주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여정씨는 “선거철마다 띄우는 것도 마음에 안 들지만, 동년배들끼리도 남자냐 여자냐, 취업을 했느냐 아니냐, 그 뒤로도 정규직이냐 아니냐 수많은 갈래가 있는데 그런 다양한 상황을 무시하는 것 같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청년들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번 여론조사를 흐름상으로 보면 세대론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20대 스스로가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공정·능력주의에 대한 인식도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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