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3·8 전당대회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 그의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는 ‘김기현-안철수-나경원’의 3파전 또는 ‘김기현-안철수’ 양강전으로 짜여질 전망이다.
나 전 의원 쪽은 24일 기자들에게 공지문을 내어,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대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입장 발표가 있겠다’고 알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심은 섰고, 내일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나 전 의원과 측근들의 회의에서는 출마 찬반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한겨레>에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고 결론은 본인이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에도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는 등 당 대표 출마 관련 의견을 들어왔다. 이날 나 전 의원 쪽에서는 “출마 결심은 섰고, 저쪽(윤핵관)에서 ‘반윤(반윤석열)의 우두머리’ 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어서 이런 프레임을 어떻게 전환할지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면, 나 전 의원은 ‘비윤(비윤석열계)’ 프레임을 걷어내고 ‘윤심(윤석열 마음) 구애’ 작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등 공직 해임이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낮춘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국민의힘 당권 구도는 ‘김기현-안철수-나경원’ 3파전이 돼, 1차 투표에서 표가 분산돼 상위 2명이 다시 겨루는 결선투표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로선 세 후보 모두 ‘친윤’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윤(김기현) 대 비윤(나경원·안철수)’ 구도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결선투표에서 ‘나-안 연대’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된다.
그러나 이날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실과 당 초선 의원 50명의 집중 폭격을 받은 나 전 의원이 결국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았다. 그가 불출마하면, 친윤계의 지원 사격으로 ‘윤심 주자’로 자리잡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된다. 김 의원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지만 안 의원과의 1 대 1 대결에선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코리아리서치가 <문화방송> 의뢰로 지난 18~19일 국민의힘 지지층 389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대결을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이 43.8%로 김 의원(37.6%)을 6.2%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안 의원과 김 의원은 이날도 서로 견제구를 날리며 경쟁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대선 행보를 계속 해온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할 거라는 게 상식적 판단”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한다고 하면서 김치 냉장고를 사신다고 하시다가 하루 만에 김장연대는 없다고 바꿨다”고 김 의원을 직격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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