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발전 가능한 폐기물 매립 및 친환경적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안철수 의원 사이의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전대 구도가 사실상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공방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김 의원은 2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최근 ‘당내 공천에 대한 공포정치가 있고, 공포정치를 하는 것이 김기현 의원이다’라고 한 것에 관해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누가 공포정치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 다음 대선을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행보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에 나가겠다는 분들이 공천 과정에서 사천을 하거나 낙하산 공천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 (안 의원) 본인의 입장을 전혀 밝힌 것이 없다. 오히려 그런 두려움들이 (의원들 사이에) 더 많다고 저는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라마다송도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초청강연회에서 ‘대한민국의 7대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을 향해 ‘철새 정치’라고 한 부분을 되쳤다. 그는 이날 인천 라마다송도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강연 뒤 기자들에게 “(김 의원의 발언은) 당원들 보기에 옳지 않은 말씀”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시장 당선을 위해) 열심히 도운 게 잘못된 것이었다는 그런 말씀 아닌가”라며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단일화를 해서 정권 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런 말씀 같다”고 말했다.
공방은 전당대회 후보 캠프 참모들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김 의원 쪽의 김시관 수석대변인은 “과거 우리 당을 공격했던 안 후보님의 어록과 각종 의혹, 거짓말 논란에 대한 자료가 캠프로 쇄도하고 있다. 거짓의 정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거짓으로는 당원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 경력이 짧은 안 의원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안 의원 쪽은 김 의원의 낮은 인지도를 공격했다. 안 의원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단순히 관리형 대표를 뽑는다면 김기현 후보를 추천해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관리형(대표)에 머물 만한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며 “(여소야대 상황을) 1차적으로 돌파하려면 대선(주자)급의 후보가 나와서 총선을 승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양쪽 진영은 전날 전대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 전 의원 지지층을 흡수하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방송 인터뷰와 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에서 나 전 의원을 “2019년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광화문에서 민주당 정권 타도하자고 싸운 동지”라고 추어올리며 “저도 (나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당원’이다. 잘 화합하고 손잡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이 이렇게 또 힘없이 불출마하게 되리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느냐. (친윤 쪽의) 정치적인 이지메(괴롭힘)가 너무 심했다”며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하기 이전에도 수도권 연대라고 하는 흐름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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