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조처를 잇달아 뒤집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내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에 관련 수사지원 조직을 만들어 경찰과 공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검찰은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실 강화를 통한 검찰권 복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 개정이 힘든 여소야대 상황에서 ‘편법’에 기댄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경찰에는 해외 조직이 없는데 대공수사 상황이 주로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어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고민거리”라며 국정원 내 ‘대공수사 협력단’ ‘수사지원단’ 형태의 조직을 꾸려 경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공수사 관련 검찰과 경찰이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 자리에서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 살펴 볼 여지가 있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치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방침에 따라 2020년 12월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내년 1월1일 경찰로 이관된다. 정부는 △국정원에 ‘협력단’ 같은 별도의 대공수사 지원 조직을 설치하고 △국정원·경찰 중심의 합동수사단을 운영하는 방안과 △방첩 경험이 있는 전직 국정원 요원을 경찰에 특별채용하는 형식으로 투입하는 방안 등을 살피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이후에도 사실상 국정원이 대공수사에 관여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려는 것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원법 재개정이 불가능한 만큼, 내부 조직 개편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게 정부·여당의 구상이다.
검찰권 복원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실을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해 온 옛 범죄정보기획관실 수준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명분은 대검찰청 범죄정보 수집기능 강화였다. 검찰 내 범죄 정보 수집 최고 조직인 범죄정보기획관실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한하는 전 정부 검찰 개혁에 따라 역할과 기능이 축소됐다.
외부 인사 등용을 통한 ‘법무부 탈검찰화’도 유명무실화 했다. 지난 27일 법무실장(검사장급) 자리는 김석우 서울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형사사건 공보기준을 완화해, 피의 사실 유출 등 검찰의 언론 플레이 창구 구실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검찰 공보 담당자와 법조기자 사이의 ‘티타임’(비공식 브리핑)을 3년 만에 되살리기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작업 성과를 무위로 돌리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국정원과 검찰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권력의 위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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