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이에스(CES) 디지털 기술혁신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 “도를 넘는 무례함의 극치”라고 격앙된 표현을 쏟아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3·8 전당대회를 한달 가량 앞두고 유일 친윤 후보인 김기현 후보가 안 후보에게 밀리거나 거세게 추격당하자 직접 ‘김기현 구하기’에 뛰어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주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겠지만,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고도 했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그 사람들(윤핵관)한테는 대통령 안위는 안중에 없고 자기들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지난 1일 당원 간담회에서 “윤-안연대”를 언급한 것에도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여 ‘윤안 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인 행태다.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격노’에 가세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안 연대는)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의원의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의 ‘윤핵관’ 발언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반응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친윤 단일 후보인 김기현 의원을 앞지른 상황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윤심을 내보여야 판세를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6일 당 비상대책위원들과 만나 일찌감치 3·8 전당대회에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윤심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직공을 받은 안 의원은 “대선 때 윤 대통령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해서 정권 교체를 이뤘고, 이 정부 5년 동안의 국정과제 110개를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설계했다”며 “대통령실에서 전대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 승부를 하자”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과거 당 총재보다 더 제왕적으로, (당내)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2023년도에도 의회, 정당, 언론도 (대통령) 아래로 놓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는 게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이럴 바에야 (윤 대통령이 직접 당 대표를) 지명하면 되지, 뭣 하러 전대 선거를 하느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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