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사실상 김기현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전방위 압박 속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지 13일 만에 ‘윤심 후보’인 김 의원의 손을 잡은 것이다. 당 안에서는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변수’가 얼마나 클지 셈이 분주하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분열의 전당대회로 흘러가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며 “(김 의원과) 많은 인식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저와 함께 앞으로 여러가지 많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서울 자택을, 5일에는 가족 여행 중인 그를 강원도 강릉까지 찾아가는 등 이날까지 ‘삼고초려’했다.
나 전 의원의 행보는 불출마 선언 때와 달라진 것이다. 지난달 25일 그는 ‘김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을 도와줄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전당대회에서 제 역할이나 공간은 없다.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당시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집단적으로 자신에게 불출마를 압박한 친윤계에 불만을 표시했음에도 열흘 남짓 만에 친윤 쪽을 대표하는 김 의원의 손을 잡았다.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의 ‘선택’은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4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정치적 활로는 ‘김기현 지지’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본인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 아니겠느냐. 안 그러면 (내년 총선) 공천도 못 받게 생겼으니”라고 말했다. 안 의원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한 김 의원 또한 지지층을 보유한 나 전 의원의 도움이 절실했다. 나 전 의원 비판성명을 냈던 초선 의원들이 지난 6일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위로의 뜻을 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이벤트’가 전당대회 판세에 미칠 영향을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전당대회가 안철수와 용산(대통령실)의 싸움으로 변했기 때문에 나 전 의원은 더는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이미 김 의원 쪽에 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표가 플러스 되는 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의원 쪽은 “대구·경북에서는 아직 움직이지 않은 나 전 의원 표가 많다”며 ‘김-나 연대’가 안 의원 상승세를 막는 효과가 있을 걸로 기대했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략 15% 안팎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당시 20% 안팎에 그치던 안 의원 지지율은 나 전 의원 불출마 뒤 많게는 40%대까지 올라섰고, 김 의원은 30%대 중반에서 2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나 전 의원 지지율을 안 의원이 대부분 흡수한 모양새다. <엠비엔>(MBN)과 <매일경제신문>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5일 국민의힘 지지층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안 의원은 36.0%를 얻어 김 의원(25.4%)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7.2%인데, 이처럼 아직 마음을 못 정한 부동층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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