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교안(왼쪽부터)·천하람·김기현·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두번째 합동연설회가 14일 부산에서 열린 가운데, 친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 4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선명한 ‘반윤핵관’ 노선에다 지역 밀착형 공약 제시와 탈색깔론 행보로 ‘윤심 마케팅’으로 점철된 전당대회에 색다른 흐름을 만들고 있다.
선두에 선 인물은 당대표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다. 대표 후보 중 유일한 30대(37살)인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이날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간신’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신의 자리를 왕의 비위만 맞추던 소위 윤핵관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조선 시대에도 윤핵관이 있었다. 이순신이 아니라 윤핵관인 원균에게 맡겼을 때 우리에게 과연 12척의 배라도 남아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수도권(37.8%)과 대구·경북(21.0%)에 이어 세번째(18.6%)로 당 선거인단이 많은 지역이자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부산 사상구)가 있는 곳이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연설회에서 “자기 비전 하나 없이 어딘가에 기대고 얹혀가려는 후보가 어떻게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느냐”며 친윤계 유일 후보를 내세우는 김기현 후보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세 불리기’를 통해 이런 공세에 맞섰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 “오늘 조경태 의원과 손잡고 김기현 대표 만들자고 합의 봤다”며, “김-조(김기현-조경태) 연대,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 잘했죠”라고 말했다. 윤핵관뿐만 아니라 경쟁자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천 후보를 포함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4명은 색깔론과도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3일 제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 앞서 제주 4·3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보상금액 상향을 약속했다.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최고위원 후보가 4·3사건을 “명백한 김(일성)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하고, 당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가 14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간첩이 우리나라 도처에 다 깔려 있다”며 색깔론을 부추긴 행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들은 차별화된 지역 공약도 내놓는다. 김용태 후보는 부산 연설회에서 “금융 기업들의 헤드쿼터를 홍콩에서, 싱가포르에서, 부산으로 옮겨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은아·이기인 후보도 각각 남부내륙선 복선화와 원자력발전소 인근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들이) 당에 활력을 주고 있다”며 “청년 당원들의 영향력을 상수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당이 이들을 통한 세대 확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반이준석 정서는 이들이 극복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 임기 초 ‘당-대통령실 관계’ 안정화를 바라는 당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면 표의 확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천 후보 쪽 관계자는 “천 후보가 이준석 전 대표만큼 윤 대통령에게 반감을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윤핵관의 호가호위를 막아내면서 당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면 윤핵관에 부정적인 표들이 이탈해 우리 쪽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부산/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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