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땅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부동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 후보 검증 문제가 여당 담장을 넘어 정치권 이슈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의혹 진상조사 티에프(TF)’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가 울산시장이었던 2017년, 김아무개씨가 주도한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에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울산 케이티엑스(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으로 최근 논란이 된 구수리 임야를 1998년에 김 후보에게 판 인물로, 김 후보는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그를 ‘교회 지인’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씨가 주도한 개발사업이 울산시의 인허가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2015년 2월부터 6월까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토지 1903평을 총 6억원가량에 사들였다. 토지 매입 2개월 뒤 김씨는 울주군에 자신을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조합장으로 지정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듬해 울주군은 제안 수용 통보를 하고 울산시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요청을 했다. 민주당은 김씨의 이런 움직임이 “사전에 조합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나 확인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후보가 울산시장으로 있었던 2017년 초 울산시는 이곳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김씨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해 조합 설립을 인가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울산 KTX 인근 땅 투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티에프 단장인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 도시개발사업의 실질적 승인권자인 김기현 후보가 없었더라면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10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씨가 김 후보의 재산관리인이라는 설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 부동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황교안 당 대표 후보 쪽도, 김씨가 부동산 경매업자이고 김 후보는 1994년 김씨로부터 상가 부지를 사들였다며 김 후보와 김씨는 ‘땅으로 얽힌 특수관계’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안팎의 공세에 김 후보 부동산 의혹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에 수세에 몰려 있던 민주당은 국민의힘 유력 당대표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역공을 가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후보 쪽 관계자는 “김 후보는 특정인에 대해 도시개발 불법 특혜를 비롯한 그 어떤 불법적인 행정을 한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민주당이 요즘 김기현이 1등인 거 같아서 두려운 거 같다. 우리 당 내부에서 합작해 ‘민주당 2중대’ 하는 건 곤란하지 않겠냐. 똘똘 뭉쳐야 한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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