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 당원 투표가 진행 중인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직자가 모바일 투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원투표 100%’로 진행되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율이 47.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대표 후보들이 저마다 높은 투표율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가운데, 약 84만명 규모로 늘어난 책임당원들이 ‘안정’과 ‘혁신’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5일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4~5일 이틀간 진행된 모바일 투표에서 당원 선거인단 83만7236명 가운데 39만7805명이 투표에 참여해 47.5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투표는 첫날에만 34.72%의 투표율을 보이는 등 역대 전당대회 투표율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까지 최고 투표율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선된 2021년 전당대회로, 당시 모바일 투표율은 36.16%, 최종 투표율은 45.36%였다. 6~7일에 진행되는 전화자동응답(ARS) 투표까지 포함하면 투표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후보들은 높은 투표율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율이 높을수록 당연히 저 김기현에게 유리하다. 그간 민주당과 합작한 것처럼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거나 네거티브로 일관한 것에 대한 당심이 폭발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몇몇 사람이 당과 당원을 존중하지 않고 수직적 관계로 만들려고 한다”며 “침묵하고 계시던 다수 당원의 분노가 높은 투표율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하람 후보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마치 국민의힘이 자기들 것인 양 가짜 주인 행세 한 것에 대한 심판투표”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후보 쪽은 “조직의 짱은 (다른 후보에) 줄을 섰을지 모르겠지만 당원들 마음은 실질적으로 황교안 후보한테 있다”고 말했다.
정권 초반 집권여당의 ‘안정’을 원하는 당원들과 윤핵관의 전횡에 대한 심판 등 ‘혁신’을 원하는 당원들이 각각 결집하고 있는 만큼, 당내 전망은 엇갈린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자발적으로 당원에 가입한 사람들이 다 투표를 한 걸로 봐야 한다”며 ‘반윤핵관’을 내건 천하람 후보의 선전을 예상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뒷받침할 강력한 당대표에게 몰아준 걸로 봐야 한다”고 말해, 유일 ‘친윤’ 주자 김기현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의 선거인단 규모는 약 84만명으로 지난 전당대회(32만8889명)의 약 2.5배인데다 투표율까지 높아 ‘조직표’의 영향력이 덜한 만큼 8일 과반 득표 당선자가 나오지 않고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투표율이 높으면 조직의 영향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누구든 (1차에서) 압도적 다수표를 획득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7일까지 모바일 및 전화자동응답 투표를 모두 마무리한 뒤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거 결과를 발표한다. 이날 당대표 후보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9일 1·2위 후보 간 ‘일대일 토론’을 진행하며 10일 모바일 투표, 11일 전화자동응답 투표를 거쳐 12일 당대표를 확정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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