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12일 자진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3월 한-일 정상회담과 4월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주요 외교 행사를 앞두고 의전비서관이 사직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김 비서관이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직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 10일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건승하시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공직기강 쪽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점 상 김 비서관의 사직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당장 오는 16일~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4월에는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 70돌을 맞아 12년 만에 국빈 방문 형식으로 열린다. 굵직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행사 참석, 동선 관리 등 의전을 담당하는 총책임자가 갑자기 물러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비서관이 방미 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으나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업무 공백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순방 주요 일정은 외교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부 북미 2과장을 지낸 뒤 2019년 에스케이(SK)로 옮겨 부사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인 보좌역으로 합류하며 인연을 시작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