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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비례의석 얼마나 늘리느냐가 핵심…전원위서 ‘절차적 전복’ 기대”

등록 2023-03-21 19:31수정 2023-03-22 13:26

여야 선거개혁 ‘대표선수’ 좌담
선거제 개혁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주도해온 전해철 더불어민주당·조해진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부터)이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거제 개혁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주도해온 전해철 더불어민주당·조해진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부터)이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가 오는 27일부터 2주간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착수한다. 총선을 앞두고 번번이 거대 양당의 짬짜미에 가로막혔던 정치 개혁 과제를 놓고, 의원 300명이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전국민을 상대로 각자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드넓은 공론장이 마련된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 144명이 속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전해철(더불어민주당)·조해진(국민의힘)·심상정(정의당) 의원은 20일 <한겨레>가 진행한 좌담에서 “전원위 개최가 선거제 개혁의 모든 원심력을 제어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의 구심력은 만들어줄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먼저 선거제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토론에 나서는 게 아니라, 토론 뒤 각 당이 당론을 구성해가는 “절차적 전복”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결국 “비례대표 의석을 얼마나 확대하느냐”에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그러려면 253개의 지역구 의석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300개의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당장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원위 토론의 기초자료로 마련한 3개의 선거제 개편안에 ‘의원 정수 확대’가 포함됐단 이유로 전원위 개최에 지난 20일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역시 미온적이다. 참석자들은 의원 정수 확대에 “국민 여론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 전원위 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당 지도부는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하 심): 선거제 개혁은 각 당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질 거다. 이걸 삼켰을 때 상처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거다. 여전히 양당은 대결 정치에 기반해 내년 총선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의 유불리를 지금 예단하는 건 오만한 생각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하 조): 지난 국회에서 몸으로 막아냈지만 결국 막지 못한 현행 제도에 대해 우리 당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당론은 없지만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나 제도 도입 이전의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 정개특위에서 의원 정수 확대 문제가 불거졌는데,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 지지자들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하 전): 통상 다른 안건들은 각 당이 당론을 정해 지도부가 협상에 나서지만 선거제 개혁은 그런 방식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원위라는 형식으로 풀어가는 거다. 물론 전원위 이후 결론을 단일하게 묶어가는 데 있어 지도부의 의지가 중요하기에 지속적으로 우리 당 지도부에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회: 어떤 제도나 장단점이 있다. 어떤 제도가 현시점에서 ‘최대선’이라고 생각하는가.

전: 이상적인 것 못지않게 여야 의원들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이 되어야 한다. 사견을 전제로 말하면, 소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현실성 있다고 본다. 비례대표의 비율은 최소한 3(지역구) 대 1(비례), 가능하면 2 대 1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현재 의석수로는 200 대 100, 225 대 75 정도다.

조: 국민들은 지역할거 구도와 정치양극화를 극복하고 가치의 획일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걸 실현하기 위해선 ‘사표’를 최소화하고 표의 등가성을 구현해야 한다. 그걸 실현하는 가장 좋은 제도적 수단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이겠지만, 중대선거구 확대 정도가 현실적 대안인 것 같다.

심: 우리 당은 알다시피 지난 총선에서 9.8%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이 좌절되며 당원들의 허탈감이 컸다. 이번에도 양당의 입장이 조율되는 게 관건이기에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현행 제도 이상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담보하는 안이라면 모두 열어놓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회: 의원 정수 확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어떻게 보는가.

조: 우리 당에서는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동결하거나 축소하자는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비례를 늘리려 지역구를 줄이면 당장 지역구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방법은 국민 전체의 저항이 바로 표출된다. 국민적 공론화 과정에서 답을 만들어내는 게 큰 숙제다.

전: 의원 정수 확대, 필요하다. 오이시디(OECD) 34개국 평균이 국회의원 1명당 국민 9만1천여명인데 우리는 16만7천여명이다. 문제는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치 않단 현실이다. 그래서 현재로선 현행 300명 이내에서 비례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사회: 21대 국회에 불거진 비례대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조: 정개특위 위원들이 독일에 출장을 갔을 때 독일 의회 관계자에게 ‘왜 여긴 위성정당 없냐’고 물으니까 ‘안 만드니까 없는 것’이라고 답하더라. 제도를 만든 취지가 있는데 왜 그 의미를 없애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국민적·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다.

심: 위성정당 사태는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되지만, ‘이준석당’, ‘김어준당’ 같은 자매정당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또한 정당활동의 자유가 확대되는 게 아닌가. 선거제도 개혁은 제3정당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핵심이다. 다당제 아래 제3당의 공간을 열어내고 그걸 토대로 연합정치를 실험하는 과정으로 가는 게 옳은 방향이다.

전: 지난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선거제 개편에 동의하지 않아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도 그 상황을 넘어서지 못한 면이 있다. 이번엔 국민적 합의, 각 당의 합의 등을 통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사회: 선거제 개혁의 걸림돌은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낮은 신뢰도다.

심: 국회는 국민들의 불신을 받아도 싸다. 지난 20대 국회 때 국회의원 정수 60명 증원안을 내면서 하루에 문자(댓글)가 2만개씩 달렸는데, 의원 증원에 동의하는 댓글은 못 봤다. 총대를 메고 엄청나게 야단을 맞았지만 정치권의 부족함에 대한 질책을 받은 거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제가 지난해 특권 축소를 위한 5대 법안을 냈다. 국회의원 주식·부동산 백지신탁, 불체포특권 폐지 등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는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게 맞다.

사회: 현 상황을 볼 때 의원 정수 확대나 대선거구제 도입 등 전면적인 개혁은 어려워 보인다. 거대 양당의 극단화된 대결 정치를 약간의 개혁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전: 하나의 제도, 한번의 개혁으로 모든 갈등과 대결의 정치 문화를 바꿀 순 없다. 이번에 고치고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2~3년 뒤에 또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선거제 개혁을 토대로 분권형 개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기에 이번 기회가 소중하다.

심: 민주주의는 다양성이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 보릿고개를 넘어 헌신해온 어르신을 대변하는 정치…. 정치에서 소외된 시민이 들어올 물꼬를 트고 둑에 작은 구멍을 내면, 언젠가 물길이 오가며 둑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

조: 정치권과 국민들이 함께 고민해서 최대공약수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이 원만하게 된다면, 헌법 체계 개선까지도 국가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 열쇳말

△소선거구제 =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을 의원으로 선출하는 현행 제도.

△중대선거구제 =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

△병립형 비례대표제 = 지역구(253석)는 지역구대로 뽑고 비례대표 의석(47석)만 정당득표율대로 나눈다. 20대 국회까지 적용.

△연동형 비례대표제 =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비례대표로 채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정당득표율에 미리 정해진 연동률을 적용해 일정 비율만큼만 각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 21대 국회에 적용.

△권역별 비례대표제 = 전국을 몇개의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 비례대표는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로 채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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