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기념식 보도자료에서 그를 ‘건국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다. 보훈처가 이 전 대통령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9년 만이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훈처는 24일 ‘이승만 건국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념식은 26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리지만, 박민식 보훈처장이 참석하며 보훈처가 홍보를 맡는다.
보훈처가 이 전 대통령 관련 행사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건국 대통령’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의 추도식 개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 등의 호칭을 썼다.
앞서 박 처장도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부른 바 있다. 박 처장은 지난해 9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이승만의 하와이 30년> 시사회에 참석해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도덕적 파탄자로 몰아가는 역사적 날조 행위에 당당히 맞서 싸우고, 이런 행위를 하는 자들을 역사법정에 세워 응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에서도 대통령직에서 사실상 탄핵을 당해 사직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4·19 혁명에 의해 물러난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을 건국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은 4·19 정신을 계승한다고 한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진오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일개 단체가 개인을 미화·추종하는 건 자유지만, 국가기관인 보훈처 처장이 기념식에 참석해 건국 대통령 같은 말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훈처 관계자는 이 용어를 사용한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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