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전체 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가 오는 10일부터 선거제 개혁을 위한 전원위원회 토론에 나서는 가운데, 개혁에 미온적인 여당 지도부가 토론 신청자들에게 발언 요지를 미리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입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전원위가 예정된 일정보다 열흘가량 미뤄지며 그러잖아도 힘이 빠진 터에 선거제 논의를 이끌어온 국회 내 ‘개혁파’들은 어렵사리 지핀 불씨가 꺼질세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당내 의원들에게 5일까지 전원위 발언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함께 보낸 발언신청서에는 토론 요지를 미리 적어 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의원정수 50명 확대안’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지도부가 ‘결사반대’ 입장을 낸 뒤여서 여당 안에서는 이를 ‘사전 검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미리 발언을 파악하고 입단속에 나서는 게 아니겠는가. 전원위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발언 신청은 받지만 의원들 각자 발언은 자유의사에 맡겼다고 한다.
전원위 일정이 미뤄진데다 여야 지도부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선거제 개혁에 앞장서온 ‘초당적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은 이날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끼리의 논의도 중구난방인데 당 지도부도 다른 데에만 관심이 있어 어려운 상황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 뒤 △10일 총론 △11일 각론 △12일 전문가 질의응답 △13일 종합토론 순으로 전원위 회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전원위 안에 합의된 초안을 작성하는 소위원회를 5~7명으로 꾸리는 방안을 김진표 국회의장 등에 제안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초 △10일 비례대표제 △11일 지역구 선거 등의 순서로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국민에게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시키고 공론화해야 (선거제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는 판단에서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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