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표 취임 뒤 지지율 하락 위기를 겪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0석인 국회의원 의석수를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13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토론을 앞두고 ‘의원 정수 감축안’을 꺼내 든 것이다. 300석 유지 또는 증원을 주장하는 야당은 “인기에 영합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금의 300석이 절대적인 숫자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전원위원회 논의에서 의원 수를 감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뒤 “비례대표 (수를) 축소하고, 내년 총선에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지역구 의석) 자연감소분이 있다”며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30석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에서 전체 253개 지역구 의석 중 8곳이 인구 감소에 따라 자연 소멸한다고 분석했으며,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에서 추가로 22석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선거제 개편) 논의 시작 전에 가장 중심에 있는 대전제는 민심”이라며 의원 수 감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57%에 달한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9%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헌법에서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헌법에서도 ‘200인 이상’이라며 200이라는 숫자를 명시 규정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김 대표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를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개념에 무책임한, 인기에만 영합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내어 “노느라 욕먹은 학생이 공부 잘할 생각은 안 하고 학교 없앨 궁리만 하고 있다”며 “위기를 모면하겠답시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김 대표의 모습이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소 300석 유지를, 정의당은 360석까지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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