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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태영호의 ‘주적’은 김기현…‘돈봉투 호재’에도 국힘 지지율 제자리

등록 2023-04-25 07:00수정 2023-04-25 13:49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어 고개를 숙였던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제주4·3, 백범 김구 선생 관련 발언을 두고 “소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지난 (3·8) 전당대회 때 엄한(애먼·엉뚱한) 곳에 구걸하지 않았다”며 당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인정한 김기현 당대표를 사실상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라는 악재를 맞은 상황에서도 여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를 둘러싼 잡음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역사 문제는 소신대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당원이 선택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선 제주4·3을 두고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고, 최근 <월간조선> 인터뷰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지난 17일 최근 논란에 “죄송스럽고 사과드린다. 당의 어떠한 조치도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이날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김기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 애먼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며 “전광훈 목사가 저한테 ‘간첩 같다’고 비난했음에도, 전당대회 기간 제 주변에서 ‘전광훈 목사에게 간첩 발언을 자제하라고 연락해보라’고 한 제안도 저는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앞서 김기현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태 최고위원이 논란에 기름을 붓고 내부 갈등을 유발하면서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도부 한 의원은 “가만히 있지 왜 굳이 나서서 또 논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이 우리 당으로 넘어오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지도부가 좀 더 기민하게 여론 흐름을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7~21일 18살 이상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포인트)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3.1%포인트 내린 45.7%,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보다 0.6%포인트 오른 34.5%였다. 무당층 비율은 2%포인트 오른 14.2%였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한겨레>에 “집권여당은 현안과 민생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결과로 얘기해야 하는데,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1000원 아침밥’ 외에는 (현안을 주도한 사례로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며 “현재 상대(민주당)의 실점 외에 국민의힘이 (국민의) 호감을 받을 만한 일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늘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는 게 결국 본인한테도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얘기해 왔다.) 지금 벌써 그게(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100%로 최고위원을 뽑으니까, (김기현) 대표가 대통령의 하수인 같이 국민 눈에 비치고, 매일 사고 치는 최고위원들을 뽑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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