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간 무력 분쟁을 피해 수단을 탈출한 교민 28명이 2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우리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기 편으로 입국해 기체에서 내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전이 격화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있던 교민 28명 전원이 25일 오후 4시께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입국했다. 이로써 정부의 재외국민보호 ‘약속’을 뜻하는 ‘프라미스’(Promise) 작전도 마무리됐다. 애초 사우디아라비아 잔류를 희망했던 교민 2명도 한국행을 선택했다. 수단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 1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현지에 남았다.
수단에 체류 중이던 교민 28명은 지난 23일 수도 하트룸을 출발해 약 1170㎞를 육상으로 이동해 다음날 오후 2시40분께 수단 북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이들은 포트수단에서 대기 중이던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편으로 홍해 맞은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으며, 이곳에서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편으로 갈아타 귀국길에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구출 작전의 난이도가 매우 높았고, 탈출 당시 현지 상황은 1991년 주소말리아 한국대사관이 철수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위험하다고 판단은 했지만 이렇게 기습적으로 교전이 날지 아무도 몰랐던 상황”이라며 “(외교부) 본부가 수단주재 한국대사관과 회의할 때 총소리가 들린적도 있고, 한국대사가 중간에 뛰어나가 상황을 확인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단 정부군과 이에 대항하는 신속지원군(RSF)간의 무력 충돌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교전발생 일주일 만인 21일까지 413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최소 4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군 수송기 급파 등을 지시했다. 정부는 교민들의 안전한 대피·철수를 돕고자 KC-330, C-130J를 비롯해 육·공군 특수부대 병력을 21~22일 수단 인근 지부티와 사우디바라이바에 파견했고,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에 배속돼 있는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수단 인근 해역으로 향하도록 했다.
정부는 짧은 시간 안에 28명의 교민 호송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동맹‧우방국의 협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체류 일본인 5명도 우리 교민들과 함께 대피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작전에서 총 16개국에 영공 통과 협조를 얻어야 하고 통상 2주일이 소요되는데 이번에는 하루 만에 완료했다”며 “우리 국가 역량을 보여준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국빈 미국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수단 교민 구출 작전을 지휘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먼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작전 초기부터 우리 군용기, 청해부대 충무공 이순신함, 그리고 특전부대 경호요원의 긴급 파견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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