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조치를 하라”고 말했다. 집권 1년을 맞아 공직사회를 향해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국정운영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우리 정부의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다.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변화시켰는지 정확하게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장관들은 더 자신감을 갖고 일하라.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 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되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은 정확히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달라”며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께서 정권 교체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환경과 탈원전 분야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전 정부와 차별화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강화하겠다며 공직사회를 다잡으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변화”라며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과거 정부에서 뭘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데서 시작한다. 잘한 것은 잘한 대로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어떻게 고칠지 일하는 마음가짐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는 지금 민생·안보 문제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당 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며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0년 검찰)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 치게 만들었다”며 “과거 정부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땠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개혁입법으로 200개가 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35%에 불과한 100여개 법안만 통과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전 정부 콤플렉스, 야당 콤플렉스”라며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내 탓이 아니라고 남에게 손가락질하는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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