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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580만평 훈련장서 장갑차 전투사격…‘세일즈 방산’ 성과내나

등록 2023-05-10 11:35수정 2023-05-10 11:56

외교·국방부, 18개국 외교단 초청
지난 2일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이 주한 외교단을 위해 실시한 전투사격 시범 현장 모습. 사진 외교부 제공
지난 2일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이 주한 외교단을 위해 실시한 전투사격 시범 현장 모습. 사진 외교부 제공

“지금은 5명이 탑승을 해야하는데, 다른 기술을 통해 탑승 인원을 줄일 순 없나요?”

지난 2일 경기도 포천 육군 제8기동사단에서 실전 배치된 중량 47톤급 K9 자주포를 유심히 보던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가 물었다. K9을 비롯해 K2 흑표와 장갑차 등의 성능을 설명하던 제8기동사단 장병은 “현재 개발 중인 K9A2로 송탄장치가 자동화되면, 이 기술을 통해 탑승 인원을 3명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고, 캐서린 대사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일 경기도 포천에서 주한 외교단이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 홍보 현장을 방문해 무기 성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 외교부 제공
지난 2일 경기도 포천에서 주한 외교단이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 홍보 현장을 방문해 무기 성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 외교부 제공

이번 행사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방산수출 기업들과 합심해 기획한 국산 무기 홍보 활동으로, 대대급 부대의 공·지 합동훈련이 가능한 승진과학화훈련장(약 580만평)에서 열렸다. 정부는 호주 등 주요 방산수출국가를 포함해 체코와 칠레, 미국,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18개 나라의 주한 외교단을 초청해 전투사격 시범 관람 및 탑승 체험을 추진했다. 이처럼 외교단을 초대해 무기 현장 방문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날 군이 선보인 전투사격은 각국 대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훈련장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전면 통창 너머로 K2 전차와 K21보병전투장갑차, K-9 자주포 등 31대가 동원돼 전투사격 시범을 보였다.

“여러분, 전방을 봐주십시오. 전방 2㎞ 원거리에 방어 중인 적 전차를 격멸하겠습니다. 4번, 6번 표적에 사격하겠습니다”, “추가로 식별된 적에 대해 사격을 실시하겠습니다. 여러분, 아군의 막강한 화력으로 적 방어체계가 무력화되면서 기동로가 확보되었습니다”는 등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포탄이 발사돼 표적에 명중했다. 10여분간 전투사격이 진행되는 내내 외교단은 고개를 쭉 빼고 전차들이 진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리에 함께 한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 강군 육성과 방산수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오늘 보신 전차 등은 세계로 수출돼 안보 협력을 기여하고 있다. 견학을 마친 뒤 무기 체계에 관심있는 외교단께서는 알려주시면 유관기관과의 면담과 소개를 주선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지난 2일 주한 18개국 외교단이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모여 시범 전투사격을 관람했다. 사진 외교부 제공
지난 2일 주한 18개국 외교단이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모여 시범 전투사격을 관람했다. 사진 외교부 제공

시범 사격 관람을 마친 대사들은 밖으로 나가 K2전차와 K9자주포는 물론 K1구난전차와 K808차륜형장갑차, K600장애물개척전차 및 K239다연장로켓 등을 보며 무기 성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군은 외교단이 K21 전차에 탑승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견학을 마친 구스타프 슬라메츠카 주한 체코 대사는 “오늘 관람한 모든 무기는 매우 정확하고 빨랐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 등으로 세계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고, 체코도 무장에 더 큰 비용을 써야 한다. 한국은 매우 효율적인 무기를 생산하는 주요국 중 하나이며 체코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공급자”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주한 18개국 외교단이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모여 시범 전투사격을 관람했다. 사진 외교부 제공
지난 2일 주한 18개국 외교단이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모여 시범 전투사격을 관람했다. 사진 외교부 제공

방산수출 확대는 ‘세일즈 외교’ 핵심 영역으로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특히 지난해엔 폴란드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0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 한국산 무기 구매 기본계약을 맺었고, 수출 금액 규모만 최소 10조원대에 달한다. 한국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방위산업체계를 유지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 위협에 맞서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무기 공급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기준 세계 무기 수출 8위로 뛰어오른 한국은 2027년까지 방산수출 세계 4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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