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시다 유코 여사와 함께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7시35분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만나 위령비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검은 정장과 넥타이를 차려입은 윤 대통령과 푸른색 넥타이를 한 기시다 총리는 위령비 앞에서 만나 악수한 뒤 준비된 꽃다발을 위령비 앞에 헌화했다. 이후 약 10초간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총리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도 헌화와 묵념을 함께 했다. 히로시마와 그 근교에 거주 중인 한인 피해자 등 10명이 현장에서 두 정상의 위령비 공동 참배를 지켜봤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두 정상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것은 양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유코 여사와 함께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정상의 공동 참배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성사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저의 히로시마 방문 계기에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직 일본 총리가 한국인 위령비에 참배를 하는 것은 1999년 오부치 게이조(1937~2000) 총리 이후 두 번째다.
히로시마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만들어진 것은 1967년이며 비문엔 “(전쟁이 끝날 무렵) 히로시마엔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군인, 군속, 징용공, 동원 학도, 일반 시민으로 살고 있었다. 원폭 투하로 약 2만여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적혀 있다.
히로시마/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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