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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침수 예상되는데…민원 이유로 위험지구에서 쏙 뺐다 침수돼

등록 2023-06-08 14:31수정 2023-06-08 15:18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숨졌다. 사진은 침수된 빌라 배수작업.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숨졌다. 사진은 침수된 빌라 배수작업. 연합뉴스

일부 지방정부에서 건축 제한 등에 따른 민원 발생을 이유로 침수 예상지역인 주거지와 상가지역을 뺀 채 도로, 하천 등을 대상으로 침수위험지구(자연재해위험지구)를 지정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중앙·지방 정부의 침수예방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에 지정된 침수위험지구 369곳 가운데 38%(142곳)에서 민원 발생을 이유로 침수 예상지역인 주거지와 상가지역과 무관한 도로, 하천 등만이 관련 지구로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재해대책법 등에 따라 침수위험지구에 지하건축물을 세울 때는 출입구 방지턱을 높게 만들거나 차수판을 설치하는 등의 침수 대비 조처를 해야 한다. 지방정부들은 이런 조처가 민원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주거지 등에 대한 침수위험지구 지정을 꺼린 것이다.

특히 이런 지역의 건축 허가 현황(2018∼2022년)을 보니, 침수방지시설 설치 조건 없이 168건의 건축허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침수 예상 지역인데도 침수위험지구에서 빠진 경상북도 포항시와 울산시 남구, 충청북도 증평군 3곳에서 지난해 실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집중호우에 따른 서울시 피해 현황. 한국수자원학회 연구용역보고서. 감사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16년 상습 침수 지역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를 중심으로 내수재해위험지구와 하천재해위험지구 125곳을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건축 제한 등에 따른 민원 발생을 이유로 내수·하천재해위험지구를 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하지 않고 있었다. 행안부도 지구 지정을 권고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감사원은 우선순위상 후순위에 있는 지구가 침수예방사업 대상에 먼저 선정되는 등 불합리한 사업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행안부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과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리지침에 따른 투자우선순위와 다르게 사업 대상을 선정하거나, 주관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올해 침수위험지구 정비사업 대상 72개 지구 중 22개 지구의 투자우선순위는 후순위인데도 선순위로 신청돼 정비사업에 선정됐고, 18개 지구는 선순위인데도 사업 신청을 하지 않아 정비 대상에서 빠졌다고 판단했다. 또한 올해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으로 선정된 26개 지구 중 14개가 투자우선순위가 낮은데도 사업대상으로 선정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시민들에게 대피 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한 재해지도 운영도 부실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행안부가 재해정보지도 작성 대상지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229개 지방정부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2개 지역은 재해정보지도를 작성하지 않았다. 해당 지도를 작성한 99개 지방정부 중에서도 이를 공개한 지역은 54곳 남짓이었다. 침수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 지역 1만507곳 중 재해정보지도가 작성된 곳은 전체의 17%(1799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행안부 장관에게 지방정부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를 지정·고시할 때 침수 예상 지역이 정확히 반영되도록 전문가 검토를 충실히 하고, 침수 지역을 제외한 채 지구 지정을 하면 이를 반영할 수 있게 권고하도록 했다. 또한 투자우선순위에 따라 정비사업 대상지구를 선정하고, 재해예방이 시급한 지역이 풍수해 생활권 정비사업 등에 우선 선정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남긴 바 있다.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등의 반지하 주택에서 4명이 숨지고, 지하주차장 침수와 맨홀 뚜껑 추락으로 3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철 4호선 이수역 등 지하철 역사가 침수되고 관악구 도림천 범람 등으로 주민들이 대피하고 차량도 침수돼 재산 피해도 컸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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