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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미·일, 중국·북한과 해빙 무드…‘가치동맹’ 한국만 고립무원?

등록 2023-06-08 21:29수정 2023-06-09 02:45

미 국무장관, 수주내 방중 보도 잇따라
일, 중국 이어 북한과도 관계개선 도모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수주 안으로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등 경색된 미-중 관계에도 두 나라가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한-중 관계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안에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한·중·일 정상회담의 실무협의 날짜조차 잡지 못하는 등 대화의 실마리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정세가 다극화하면서 각국이 국제관계를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것과 달리, 한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에 집중한 나머지 대중 관계에서 외교적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외교 소식통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중·일 외교 당국은 3국 정상회의 실무급 회의 날짜를 아직도 확정 짓지 못했다. 앞서 이들 세 나라는 지난달 초 실무급 회의를 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중국 쪽에서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애초 올해 안에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대중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만 한 차례 했을 뿐, 정부는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중 관계 악화 책임을 한국 쪽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방한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은 최근 한-중 국장급 회의에서 이른바 ‘4불가’ 방침을 우리 정부 쪽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쪽이 밝힌 ‘4불가’ 방침은 한국 정부가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거나, 미·일의 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북한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한-중 협력을 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존재하지도 않고, 있었던 대화도 아니다”라며 일축했지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은 채 “(최근 한-중 관계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책임은 중국 쪽에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미국의 태도는 한국과 다르다. 한국과 함께 ‘가치외교’를 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외신들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머지않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일제히 전하고 있다. 지난달 10~11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간 회동이 성사된 것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도 다시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넘어 북한을 향해서도 손을 내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조기 실현하기 위해 북한 쪽과 총리 직속의 고위급 관료 간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다시 한번 북한에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시 북한은 박상길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로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일 협력에만 집중한다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겨레>에 “한·미·일 협력에 집중한 탓에 우리가 잇따라 외교적 청구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교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실리를 취하기 위해) 우리가 중국 쪽에 더욱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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