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마친 뒤 지난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그의 행보와 당내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계획된 일정대로 이뤄진 귀국이지만, 도덕성 위기로 당이 흔들리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물밑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당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 전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국민께서 고통을 겪으시는데 저는 떨어져 지내 미안하다.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며 “못다 한 제 책임을 다하고,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일을 하겠다”고 적었다. 전날 오후 입국한 이 전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도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항에는 김철민·박영순·설훈·윤영찬·이개호·이병훈 의원 등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과, 지지자 1500여명(이 전 대표 쪽 추산)이 이 전 대표를 맞이했다.
이 전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는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정치적 역할을 해나가겠단 뜻으로 읽힌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계파 간 물밑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사이에는 치열한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 이 전 대표 귀국에 앞서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공항 마중’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역할과 관계는 향후 민주당에 또 다른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 전 대표는 당분간 국내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외교 정책 중심의 대학 강연과 윤석열 정부 비판에 무게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윤영찬 의원은 “천천히, 돌아가는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출마설엔 이 전 대표가 직접 지난 12일 베를린자유대 강연에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이 전 대표 귀국 관련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쪽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대표가 어제 공항엔 안 갔지만,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전화해 ‘잘 다녀오셨냐’며 안부를 물은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이 전 대표와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거나 통합 메시지를 내는 것도 고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쪽은 “이 대표한테 전화가 와서 ‘몸 추스르면 조언 듣는 시간을 갖겠다’고 짧게 통화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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