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사진을 25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이를 비판하거나 불안해하는 여론을 잠재우려고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야당을 ‘공개저격’ 하며 도를 넘는 모습을 보이자, 야당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국립외교원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었다. 개회사에서 박철희 원장은 “과학을 무시하고 국민 불화를 부추기는 감성적 논리, 정치적 수사를 앞세우는 논쟁이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며 방류 비판 주장을 비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과 토론자로 나선 김용민 대구가톨릭대 방사선학과 교수 등은 모두 오염수 방류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5일부터 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염수 관련 브리핑을 하며 불안 여론을 달래려 애쓰고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선 “현재의 방류 방식이 과학적 선례,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23일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 먹방’에 동참했다.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는 건 필요하지만, 비판 여론을 무조건 ‘정부 공격’으로 매도하면서 안전성만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태평양 도서국에 오염수 방류 관련 국제 연대 촉구 서한을 보낸 것을 두고 외교부가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교부는 25일 이 서한이 “대외적 차원에서 헌법상 행정부가 가진 고유한 권한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서, 국가 외교 행위의 단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맞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헌법을 무리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정부가 확정적인 입장을 발표한 단계도 아니고,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외국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여론전을 공격적으로 펴면서 ‘선을 넘은’ 것이라는 얘기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와 정당이) 정부를 지지하거나 찬양하는 일만을 하라는 것인가”라며 외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을 폄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정부가 잘 이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외교부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로 비칠 수 있는 공식 입장을 낸 점에 부적절하다는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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