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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순직 해병사건’ 직접 재검토하는 국방부…‘입맛대로 결론’ 포석?

등록 2023-08-09 19:28수정 2023-08-16 12:01

인권위 “경찰에 사건 다시 넘기고,
해병대 수사단장 수사 보류해야”
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거행된 고 채아무개 상병 영결식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군복)과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해병대사령부 제공
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거행된 고 채아무개 상병 영결식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군복)과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해병대사령부 제공

국방부가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애초 이 사건을 조사한 뒤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한 국방부가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위한 포석으로 ‘재검토’ 카드를 꺼내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에 입회한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국방부가 경찰에서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자료 일체를 경찰에 다시 넘기고, 박 대령에 대한 수사를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오늘부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육해공군 군사경찰과 군무원으로 짜인 군 최고 수사기관이다.

 국방부는 사건 재검토 배경을 두고 “현재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는 관련자들의 과실이 나열되어 있으나, 과실과 (채 상병)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한 군기 위반 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 사건 및 이첩 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해왔다. 앞서 박 대령은 “임성근 사단장 등 해병대 1사단 (지휘부와 현장지휘관 등) 8명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가 있다”고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으나, 국방부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이유를 들어 박 대령을 보직에서 해임한 뒤 항명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수사자료도 경찰에서 회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직접 사건을 재검토하는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서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주장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주장들이 정확하지 않은 면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경찰에 이첩하기 전 해병대 지휘부 등의 혐의를 적시한 것이 타당한지 등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지, 사고 경위 자체를 다시 조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권위에 설치된 군인권보호위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가 경찰에서 회수한 수사자료 일체를 경찰에 다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군인권보호위는 인권위법에 따라 군장병 사망 때, 관련 수사에 입회할 수 있다. 군인권보호위는 이번 사건 수사에 직접 입회해 과정을 지켜봤다.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은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은 군사법경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군인 사망사건과 관련한 범죄·성폭력범죄·입대 전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 한하여 사건을 (검경 등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하여 선별적으로 보내는 경우 사건의 축소, 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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