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누리꾼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성언론 맞선 대안매체 키우기 vs 국민과 새 의사소통 방식
노무현 대통령은 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통해 직접 인터넷 토론에 나섰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네이트, 다음, 야후, 엠파스, 파란 등 5개 포털사이트가 주관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양극화 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현안을 놓고 누리꾼들과 직접 토론을 벌였다.
이날 ‘대화’는 방송인 송지헌의 사회로 <왕의 남자> 출연배우 이준기씨 등 누리꾼 6명이 토론자로 나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누리꾼 토론자들은 이번 토론을 주관한 5개 포털사이트의 ‘양극화 특별페이지’에 의견이나 질문을 올린 네티즌 가운데서 선정되었다. 일자리, 부동산과 교육, 재정, 복지 등의 주제별로 선정된 5명의 패널이 질문을 하면 노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이었다. 배우 이준기씨는 국민적 관심사인 스크린쿼터 축소와 관련해 노 대통령과 토론하려고 특별 패널로 참여했다.
누리꾼들은 사상 처음 벌어진 대통령과의 인터넷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 다음에 개설된 ‘대통령님! 질문 있습니다’ 게시판에는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15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직접 인터넷 대화에 나선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노 대통령 “대안 매체 키워야” 여러 차례 언급
“국민과 의사소통 노력은 긍정적으로 봐야”
노 대통령은 그 동안 <국정브리핑>에 거듭해 댓글을 달았고, 포털사이트에 청와대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인터넷정치’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또 대국민 담화문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기성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은 노 대통령이 인터넷을 대안 매체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존 매체에 맞서 대안매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국정브리핑을 인터넷매체로 키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탓에 노 대통령의 인터넷 정치를 바라보는 주류언론의 시각은 곱지 않다. 주류 언론은 청와대가 주요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블로그를 놓고 “권력이 언론의 견제와 검증을 우회해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모양새는 자칫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 정부 지지층이 많은 인터넷 매체와 ‘관계의 편중’”이라거나 “청와대의 지나친 ‘인터넷 집착’”이라고 비판한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언론학)는 “노 대통령이 기성 언론과의 소통의 실패를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도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활용해 국민과 의사소통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처럼 영향력있는 매체에서 국민과 대화를 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치적 의도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기성매체를 능가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경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원(인터넷정치)도 “인터넷 인구가 3200만명을 넘고 국민의 절반이 문자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대통령이 토론하는 것을 놓고 대안매체 키우기라는 비판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기성언론이 자신의 기득권과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비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준기 끼워넣기는 정치이벤트화 우려”
“시민사회나 전문가 그룹에 맡겨 투명성 전문성 높여야” 주문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직접 대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국민과의 대화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정치 이벤트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경배 교수는 “토론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흥행을 위해 배우 이준기씨를 토론에 끼워넣은 것은 국민과의 대화가 정치이벤트화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쌍방향성의 한계도 지적된다. 황 교수는 “인터넷이 쌍방향성이 있더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대통령이 이용자 전체와 토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부분은 수동적 관람자가 된다”며 “인터넷이 이성적 토론공간이라기보다 휘발성과 시류성이 강해 대중추수적인 여론정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정치가 정당의 역할 등 정통적인 정치 영역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경제 연구원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에 나선 것은 따지고 보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 창구로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자주 나설수록 대의제 정당의 역할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개선방향에 대해 “청와대나 국정홍보처가 토론회를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전문가그룹에 맡겨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지적했다. 한편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의 주관사로 참여하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지향해왔고, 뉴스가 직접 ‘생산'되는 행사나 인터뷰, 토론회 등은 주관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국민과 의사소통 노력은 긍정적으로 봐야”
노 대통령은 그 동안 <국정브리핑>에 거듭해 댓글을 달았고, 포털사이트에 청와대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인터넷정치’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또 대국민 담화문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기성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은 노 대통령이 인터넷을 대안 매체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존 매체에 맞서 대안매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국정브리핑을 인터넷매체로 키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탓에 노 대통령의 인터넷 정치를 바라보는 주류언론의 시각은 곱지 않다. 주류 언론은 청와대가 주요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블로그를 놓고 “권력이 언론의 견제와 검증을 우회해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모양새는 자칫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 정부 지지층이 많은 인터넷 매체와 ‘관계의 편중’”이라거나 “청와대의 지나친 ‘인터넷 집착’”이라고 비판한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언론학)는 “노 대통령이 기성 언론과의 소통의 실패를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도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활용해 국민과 의사소통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처럼 영향력있는 매체에서 국민과 대화를 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치적 의도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기성매체를 능가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경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원(인터넷정치)도 “인터넷 인구가 3200만명을 넘고 국민의 절반이 문자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대통령이 토론하는 것을 놓고 대안매체 키우기라는 비판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기성언론이 자신의 기득권과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비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직장인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5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계된 노무현대통령의 %!^a국민과의 인터넷 대화%!^a를 지켜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기 끼워넣기는 정치이벤트화 우려”
“시민사회나 전문가 그룹에 맡겨 투명성 전문성 높여야” 주문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직접 대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국민과의 대화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정치 이벤트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경배 교수는 “토론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흥행을 위해 배우 이준기씨를 토론에 끼워넣은 것은 국민과의 대화가 정치이벤트화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쌍방향성의 한계도 지적된다. 황 교수는 “인터넷이 쌍방향성이 있더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대통령이 이용자 전체와 토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부분은 수동적 관람자가 된다”며 “인터넷이 이성적 토론공간이라기보다 휘발성과 시류성이 강해 대중추수적인 여론정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정치가 정당의 역할 등 정통적인 정치 영역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경제 연구원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에 나선 것은 따지고 보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 창구로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자주 나설수록 대의제 정당의 역할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개선방향에 대해 “청와대나 국정홍보처가 토론회를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전문가그룹에 맡겨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지적했다. 한편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의 주관사로 참여하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지향해왔고, 뉴스가 직접 ‘생산'되는 행사나 인터뷰, 토론회 등은 주관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