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 뉴델리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낮(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예고에 없던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연내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오전 11시58분부터 낮 12시18분까지 20분간 만나 양국 관계 발전 기조를 평가하고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포함해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여섯번째 만남을 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글로벌 현안에 공조, 기여하자고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 하반기에도 두 나라가 활발히 만남을 이어가면서,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프로세스도 잘 진행해나가자”고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다음 한·중·일 회의 개최국이다. 일본 외무성도 회담 뒤 자료를 내어 “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대응을 지지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중단된 상태다. 회의는 코로나19 상황과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 중-일 간 영유권 분쟁 탓에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일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리 총리는 “호응하겠다”고 답했다.
관건은 북-러 정상회담 개최와 ‘북·중·러 밀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면 중국은 회의 참석을 꺼릴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한·미·일 협력 기조를 부각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은 자카르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G20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이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의 친교 행보도 거듭 띄웠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미·일 협력체계 공고화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협력으로 3국 일반 가정의 국민들 삶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호응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한테 “제 휴가지(캠프 데이비드)에서 함께 시간도 보냈는데, 귀갓길 저의 집으로 같이 갑시다”라며 친근감을 보였다는 내용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만찬 동안 1시간30분가량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끝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마지막 3세션 ‘하나의 미래’에서 23억달러(약 3조751억원)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는 세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녹색기후기금에 3억달러를 내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방산 협력의 상징인 K-9 자주포 2차 사업 진행을 위한 협력, 공급망과 우주산업 협력 등을 약속했다.
뉴델리/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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