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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북-러 정상회담 임박…무기 거래, 연합훈련, 식량 등 의제 관심

등록 2023-09-11 04:00수정 2023-09-11 08:4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지난 2019년 4월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수행원들과 함께 만찬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지난 2019년 4월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수행원들과 함께 만찬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 연합뉴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10∼13일)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기 거래와 연합훈련, 에너지, 식량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점쳐진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북-중 사이의 무기 거래와 관련 기술 협력 문제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공위성·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지난 4일(현지시각)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탓에 러시아는 포탄이 부족하다. 북한은 이를 대가로 자신들이 아직 모자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정찰 위성,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전승절 사절로 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를 둘러본 바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신문을 통해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진수했다고 전했으나 실전 능력을 두고 한국 국방부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아울러 북한은 8월 2차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다.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지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 실제 양국 간 무기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나 러시아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는 불가능하다.

북-러 사이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은 비판을 가했다. 그는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역시 지난 6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 북-러 간 무기 거래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가 쉽게 핵·미사일 관련 핵심 고급 기술·장비·부품 등을 북한으로 넘길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8일 낸 ‘러-우(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유지, 강화를 핵심적 국가이익으로 규정하고 있고 단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직접 지원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썼다.

북·러가 무기 거래뿐 아니라 연합훈련이나 식량, 에너지 공급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밀도 높은 협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북한은 탄약이나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로선 군사과학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이전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이 필요한 항공 전투기 관련 기술을 비롯해, 식량 및 에너지 관련 지원이 논의될 수도 있다. 아울러 회담이 진전되면, 북·중·러 연합훈련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동선에도 관심이 모인다.

북한은 2019년 2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사이의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그해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새벽에 평양을 출발한 뒤 회담 개최 사실을 공개했다. 이런 전례를 비춰보면 이번에도 회담 개최 직전에야 북쪽의 공식 확인·발표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는 지난 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안전에 집착하고, 정상회담이 공개된 이상 만남을 주저할 것”이라고 회담이 불투명해졌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러 외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다.

러시아 공사를 지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미 지난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군사 지원을 경고한 바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이는 새로울 일이 아니”라며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가 강해질수록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커질 뿐인데, 정부는 이런 상황을 대비한 대러 정책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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