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11일)를 일주일여 앞둔 3일 서울 강서구 화곡역사거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선거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은 좀처럼 제 빛깔을 드러내지 않았다. 맑게 갠 초가을 하늘을 보이다가도 이내 구름 가득한 하늘로 바뀌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유권자들은 좀처럼 표심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고, 선거와 관련한 물음에 답하기를 어려워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 주변으로는 오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의 선거운동 열기로 가득했다. 시장을 중심으로 화곡역~까치산역 사이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기호순) 쪽 선거운동원들이 경쟁적으로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었는데, 시민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이 나눠 주는 선거 유인물을 받아갈 뿐이었다.
표심을 드러낸 일부 유권자는 김태우 전 구청장의 재출마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다는 60대 후반 부동산중개업자 이아무개씨는 “대통령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직을 잃은 옛 구청장을 사면하고, 사면된 옛 구청장이 보궐선거에 다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김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한 바 있다. 직장인 김정삼(43)씨도 “이번 보궐선거는 김 후보 때문에 하는 건데,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또 선거에 나온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았다. 특히 노령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용실에서 만난 장기순(81)씨는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사사건건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조건 정부·여당을 깎아내리기만 한다”고 말했다. 김아무개(83)씨는 “야당이 너무 못한다. 의석을 앞세워 정부·여당과 협치도 안 하고, (야당) 대표가 대장동 문제만 일으킨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운데)가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후보 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총선에 앞서 유권자 표심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인 동시에 패배하는 쪽 당 지도부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유권자 마음을 얻기 위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거리 유세를 벌이는 등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병상에서 보궐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티저 영상을 4일 공개했고, 국민의힘은 ‘강서구 지역 발전’을 강조하며 전국 당협위원장에게 강서구 식사 인증샷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리얼미터가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 18~19일 만 18살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 진 후보가 44.6%로 김 후보(37.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궐선거가 단순한 기초단체장 선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총선 전초전일 뿐 아니라 결과에 따라 총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 패배한다면 지도부 쇄신론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 내부가 상당히 복잡해지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4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전국학교운영위원회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강세 지역'인 만큼 상당한 격차의 승리를 기대하면서도, 조직력이 강한 보수층 결집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강서구는 갑·을·병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46.97%) 당시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49.17%)의 표가 더 많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추석 연휴 이후 ‘막판 뒤집기’ 기대감이 감지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서울시장도, 대통령도 여당인 상황에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더 많지 않겠나. 특히 재건축·재개발 공약이 먹혀 들어가 김 후보 캠프로 관련 공약을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율이 판세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 특성상, 지지층 결집을 넘어 중도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고 올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