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집권 당시 부동산 정책에 관해 “여론이나 포퓰리즘에 떠밀린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무엇보다 정책의 신뢰를 잃었던 것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간 ‘부동산과 정치’를 추천하는 글을 올렸다. 김 전 실장은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재임하며 부동산 정책을 지휘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글에서 “2019년 6월까지는 과잉 유동성에 따른 세계적 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 한국이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다음해부터 코로나 대응을 위한 세계 각국의 대대적인 돈 풀기와 초저금리로 과잉 유동성의 거품이 최고에 달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이 더욱 가팔라졌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비록 사상 초유의 상황이었지만 정책에서 실책과 실기도 있었다”고 적었다. 집권 당시 정책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퇴임 전 “잊히고 싶다”고 했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남북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9·19 평양 공동선언’ 5돌 행사에서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관해서도 “철거 계획을 철회하여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본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잼버리 파행 사태 등에도 대정부 비판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글까지 올린 것은, 과오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년 총선에 야당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에 “평소대로 책을 추천한 것일 뿐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할 것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상범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실정에도 정책을 정당화하는 전직 대통령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유체이탈 화법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우연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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