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오전 발산역 인근에서 연 선대위 출정식에서 김 후보가 손을 들어올리자 김기현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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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충격에 휩싸였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상상 이상의 싸늘한 서울 민심을 확인한 김기현 대표 체제는 거센 책임론과 쇄신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명분조차 챙기지 못한 처참한 패배였다. 애초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의 구청장직 상실 탓에 생긴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데 신중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후보를 사면·복권한 뒤 그를 공천하고 총력전으로 치달았다.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당 소속 의원 전부가 동원되다시피 하면서 ‘대선급 선대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한겨레에 “(당도) 공천을 안 하려고 했지만,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후 서울 강서구 선거사무실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유세 기간 “대통령,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시장과 직통 핫라인이 있는 여당 구청장”(김기현 대표, 지난 5일)이라며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띄웠으나 먹히지 않았다. 선거기간 현장을 찾은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니 저쪽(민주당)은 신이 났는데 우리는 기가 죽어 있더라”고 말했다. 결과는 결국 압도적인 참패로 나타났다. 김태우 후보는 이날 밤 11시37분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저의 재개발 약속을 믿고 성원해주신 강서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날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마련된 김태우 후보 캠프 사무실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패배를 예감한 듯 저녁 8시55분께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고생하셨다. 최선을 다하셨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김기현 대표 체제는 책임 추궁과 쇄신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참패 탓에 ‘김기현 체제로 6개월 뒤 수도권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느냐’는 위기감과 회의감이 빠르게 당내에 퍼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당 안에서는 7~8%포인트가량의 차 패배라면 김기현 체제가 유지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당은 이미 동요하는 모양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생각보다 표 차이가 큰 데 (의원들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날 거라고 본다. 그러면 희생양이 필요하다”며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험지 구청장 선거에서 패했다며 회피한다면 책임론 이상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심에 충실했던 당 운영에 대한 불신과 비상대책위 전환을 통한 쇄신 목소리도 비윤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대표를 대신할 대안 부재와 좀체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상 김기현 체제가 버틸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 기획단을 조기에 띄우고, 국정감사 중에 인재영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밤 10시46분께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단톡방에 “의원들의 헌신적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