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지병과 생활고에 허덕인 전 부인을 보살피며 사망할 때까지 13년간 함께 산 전 남편에게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 임대주택을 물려줘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권익위는 “30년 전 이혼했던 전 부인 ㄱ씨와 다시 만나, 그가 사망할 때까지 13년간 병간호와 보호자 역할을 한 전 남편 ㄴ씨에게 ㄱ씨의 임대주택 명의 승계를 허용할 것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의견표명했다. ㄴ씨를 사실혼 배우자로 판단했다”고 22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ㄴ씨는 1979년 부인 ㄱ씨와 이혼했으나, 2009년 ‘ㄱ씨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재회했다. ㄱ씨는 당시 옥탑방에 살며 생활고와 당뇨합병증, 치매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ㄴ씨는 ㄱ씨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ㄱ씨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함께 살며 ㄱ씨를 보살폈다.
그러다 지난해 ㄱ씨가 숨지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ㄴ씨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라며 퇴거를 요구했다. 이에 ㄴ씨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에게 임대주택 승계가 가능함을 확인해 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형식적인 법 논리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는 국민들이 없는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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