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이에 반발한 북한이 “9·19 북남군사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접경지역에서 남북의 군사적 대응 태세는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중과 해상, 지상 모든 공간에 완충구역을 둬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구실을 해온 9·19 군사합의가 무효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23일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하겠다며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그동안 중단해온 군사훈련을 재개하며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상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안포와 함포 포문을 개방하고 해상 사격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초소(GP)에 다시 9·19 군사합의 이전처럼 경계진지를 설치할 수도 있다. 또 최대 사거리 100㎞ 이상의 고도화된 사거리 연장탄과 정밀유도탄 및 재래식 방사포를 배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에도 사흘간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집중 시찰하는 등 무기 현대화를 강조했다. 북한군은 해마다 12월1일부터 동계전투훈련에 들어갔는데, 이때를 기해 무력시위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 군 또한 북한의 행동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하면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며 강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향후 구체적인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비행금지구역을 복원해 정찰·감시 (차원에서) 군이 융통성을 갖고 운용할 수 있고, 공역에서의 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충돌이 잦았던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의 해상 사격훈련을 재개할 수도 있다. 완충수역에서 포 사격이 금지돼 군은 K-9 자주포를 육지로 반출해 훈련했지만, 동·서해 완충수역을 해제하면 자주포 사격훈련이 가능해진다. 특히 북한을 자극하기 쉬운 대북전단을 살포하거나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접경지역 긴장도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우리 군도 군사분계선 이남 5㎞ 이내 포병 사격훈련을 재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완충구역이 사라진 가운데 접경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북의 우발적 충돌이다. 북한 국방성은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무력충돌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군사분계선 지역의 정세는 ‘대한민국’이 범한 실책으로 인해 통제 불능에 놓였다”고 충돌 가능성을 말하며 그 책임을 남한에 돌리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직접 충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서해인데, 단계적으로 긴장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 체결을 맡았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현재까진 북한이 말폭탄만 날린 상태지만, 우리 쪽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을 하면 북한은 그 대응으로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북한군은 접경지역에서 훈련을 하지 못했는데, 만약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해상 훈련이 이뤄질 경우 군사적 대결 위험도 높아진다”며 “심리전이 재개되고, 우발이나 오인을 가장한 갖가지 군사행동이 발생할 경우 접경지역 안전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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