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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노란봉투법은 쓰는 데 20년 걸린 반성문…비정한 대통령”

등록 2023-12-01 19:27수정 2023-12-02 10:37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언론계의 오랜 숙원도 ‘다음’을 도모해야 할 처지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며 반대해왔다.

이 법안의 별칭인 ‘노란봉투’는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47억원을 배상하라는 2013년 12월 법원의 판결에 맞서, 시민들이 노동자들을 돕자며 노란 봉투에 4만7천원을 담아 성금을 보낸 데서 따왔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등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가혹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상기시켰고 자연스럽게 노조법 개정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발의된 이 법안은 논의 한번 제대로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지만, 지난달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노동자와 시민의 열망은 22일 만에 다시 꺾이게 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노란봉투법은 가혹한 손배·가압류로 목숨을 잃고 가정이 파탄 난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국회가 보내는 최소한의 반성문이었다. 이 반성문을 쓰는 데 (배달호·김주익 열사가 숨진 이후) 20년이나 걸렸다”며 “참으로 비정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방송 3법은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 이사진을 21명으로 늘리고(현행 한국방송 11명, 문화방송·교육방송 9명), 이사 추천권을 학계·시청자위원회 등 정치권 외부로 확대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법이다. 공영방송 사장 등 이사진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앉혀 방송을 장악하는 행태를 막으려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19대 국회 때부터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됐지만, 여야가 바뀔 때마다 서로 기존의 태도를 번복해 결과를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방송 3법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된다”며 반대해왔지만, 지난달 9일 야당은 이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예상대로 거부권을 꺼내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 3법 거부권 행사를 두고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언론통제 기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임기 1년6개월 만에 거부권을 행사해 막아선 법안은 6개로 늘었다. 양곡법·간호법와 마찬가지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도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지만 야당 의석이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협 없는 대치 국면이 재확인되면서, 내년 4월 총선까지 ‘여당과 야당’ ‘대통령실과 야당’의 대결 구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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