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전면 쇄신해 내년 총선에 대비하자’며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조기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희생’ 요구에 즉답을 미룬 채 혁신위를 ‘빈손 퇴장’시킨 김기현 대표를 향한 당내 불만도 크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회의 뒤 브리핑에서 “오늘 혁신위 회의를 마무리한다. 11일 (최고위원회의에) 마지막 혁신안을 올리고, 백서를 만들고 끝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우리가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애초 혁신위 활동 기한은 오는 24일까지였다. 혁신위가 의결한 1~6호 안건 가운데 당 지도부가 즉시 수용한 것은 홍준표·이준석·김재원 징계 취소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뿐이다.
인 위원장은 “개각을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일찍 단행하셔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김기현 대표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고, 또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인 위원장이 6호 안건으로 당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핵심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하자 김 대표와 당 주류는 즉각 거부했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 쪽에서 소신껏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 논란을 키우는 등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 대표 등 지도부와 2시간가량 오찬 회동을 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어 이튿날 김 대표는 인 위원장과 17분 동안 만나 “(혁신안을)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인 위원장은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수긍하면서 혁신위는 마무리 수순에 들었다.
‘조용한 결별’을 하게 됐지만,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이를 거부한 김 대표를 겨냥한 불만도 나왔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기자들에게 “(지도부는)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움직임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주류 희생’ ‘상향식 공천’ 등 혁신위의 요구사항을 이달 중순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 등으로 넘기겠다고 했으나, 실천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 아주 열심히 했지만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용두사미가 된 것 같다. 국민들은 김기현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인 위원장 면담 뒤 기자들에게 “저는 혁신은 실패했다고 본다. 저도 인 위원장도 치료법을 각각 제안했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고 본다”며 “이제 김 대표와 지도부가 혁신위 희생에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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