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김아무개(67)씨가 한때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보수색이 뚜렷했다는 친인척의 증언이 나왔다. 평소에 유튜브의 정치 관련 콘텐츠를 즐겨 시청했다는 이웃의 진술도 있었다.
충남 아산에 사는 김씨의 외조카 이아무개(57)씨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촌이 한 4~5년 전에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몇번 나간 적이 있다. 평소 말이 많지 않은 편이라 최근 민주당에 가입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중개업 하는 분들은 함께 약주도 하는데, (삼촌은) 술을 못 드시니까 그런 교류가 없었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씨가 과거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고, 2000년대 초 명예퇴직을 한 뒤 아산에 내려와 오랫동안 공인중개사 일을 해온 사실도 확인해줬다.
김씨 집과 부동산중개업소 주변에서 만난 이웃들에게서도 김씨의 정치 성향에 대한 진술을 들을 수 있었다.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ㄱ씨는 “재작년에도 태극기 집회에 나갔던 것으로 안다. 언론에선 민주당원이라고 하던데, 성향으로 봐선 그쪽 사람이 확실히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는 김씨에 대해 “예전에는 보수 쪽 활동을 했는데, 최근에 바뀌어 민주당원이 됐다는 사실을 건너서 전해 들었다”고 했다. 김씨의 중개업소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ㄴ씨는 “김씨가 물건을 사러 자주 들러 기억한다. 여기 올 때면 스마트폰으로 정치 관련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정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의 중개업소가
입주한 건물 주인 ㄷ씨는 “4∼5년 전 김씨가 앞선 건물주와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계약했는데, 2년 전 내가 건물을 매입하면서 (계약을) 승계받았다. 2023년 다섯달치와 2022년 두달치를 더해 일곱달치 월세가 밀려 있다. 연말까지 밀린 돈을 해결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리가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가 운영해온 아산시 배방읍의 부동산중개업소 주변은 3일 오전부터 취재기자들로 북적였다. 사무실 앞에는 전날 배달된 석간신문과 경제지, 지역신문 등이 놓여 있었고, 유리문에는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우편함에선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는 등기우편과 할부금 납부 기일을 알리는 안내장 등이 발견됐다. 유리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무실 안은 비교적 정돈된 모습이었다. 사무실 탁자에는 12월29일치 석간신문과 월세 계약서, 세금 납부 일정을 출력해 붙여놓은 탁상 달력이 놓여 있었다. 김씨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 앞은 조용했다. 공동현관문 안 우편함도 비어 있었다. 같은 동 주민은 “며칠 전 분리수거하러 나온 김씨를 보고 인사를 나눴다. 김씨가 이재명 대표를 습격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수사관들을 아산으로 보내 김씨 자택과 부동산중개업소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아산/김채운 최예린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