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공천관련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덕룡(金德龍) 박성범(朴成範) 의원의 사뭇 대조적인 언행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이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정계 은퇴까지 시사한 데 비해 박 의원은 당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먼저 신상발언에 나선 박 의원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음에도 중상모략 세력의 말을 듣고 당원을 고발한 사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당 지도부는 정치적,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에 의해 고발을 당한 사람으로서 오늘부터 당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뒤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지도부와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의총장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의총장에 들어온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금전문제와 공천은 아무 영향이 없지만 중요한 시기에 공천문제와 관련해 잡음을 일으킨 데 대해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제 부덕의 소치"라며 자세를 낮췄다.
김 의원은 "당이 출당조치를 취해도 달게 받겠지만 스스로 당적과 의원직 등 거취를 조속한 시일내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밤 이미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힐 생각이었지만, 측근들이 극구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발언을 마친 김 의원은 박 대표 및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눈 뒤 의총장을 빠져나갔고 수 십명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희태(朴熺太) 의원 등은 의총장밖까지 따라나와 김 의원을 위로했고 이혜훈(李惠薰) 최구식(崔球植) 의원 등은 눈물까지 보였다.
두 사람의 상반된 `퇴장'과 관련,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사정이 다르기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받은 돈을 즉각 상대방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의원은 비록 본인은 아니지만 부인이 돈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박 의원이 "당내에 음모 세력이 있다"며 반발한 데서 보듯, 박 의원이 대선주자간 파워 게임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서울=연합뉴스)
또 박 의원이 "당내에 음모 세력이 있다"며 반발한 데서 보듯, 박 의원이 대선주자간 파워 게임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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