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한명숙 총리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정동영 의장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정부·여당, 사회각계 목소리 조율 ‘적임자’ 평가
지방선거 국면 부담…수사권 조정등 현안 만만찮아
지방선거 국면 부담…수사권 조정등 현안 만만찮아
한명숙 첫 여성총리 앞날과 과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과연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19일 국회에서 인준안이 통과되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른 한명숙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참여정부 후반기 산적한 현안은 물론 야당 등 정치권과의 관계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에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여당 쪽은 한명숙 총리가 그동안 정치인으로서도 대결적 이미지보다 통합적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조율해내는 데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 현안 등에 대해 각계의 목소리를 통합하고 조율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 총리의 정치적 경륜과 여성적 리더십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과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독재자의 딸’이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등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19일 인준안 통과 뒤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도 “제 앞에는 5·31 지방선거를 역사적으로 가장 깨끗하고 엄정하게 치르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이를 위해 선거기간에는 위기라든지 급박하게 해결돼야 할 일 이외에는 당정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께 약속했으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대한민국호가 항해할 때 이견이 있더라도 화합하고 조정해 나가는, 균형 잡힌 어울림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의 행보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달리 ‘통합’과 ‘조정’ 쪽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총리는 일단 20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곧바로 총리실 인선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줄곧 청와대에서 정책을 담당해온 김영주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국무조정실장에 기용한 데 이어 당정관계 등 정무에 능한 인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표를 낸 이강진 공보수석 등 비서진 8명의 사표를 선별수리하되, 업무 연속성을 위해 일단 소폭 교체한 뒤 단계적으로 보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부터 내치 관련 국정 전반에 대해 전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49개로 늘어난 각종 위원회와 380여명에서 590여명으로 늘어난 조직과 인원을 추스르는 문제는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한 총리가 당면할 난제는 또 있다. 여야 격돌이 불가피한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초기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여당은 내심 한 총리와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이른바 ‘한-강 라인’을 통해 여풍을 일으켜보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당연히 야당의 격렬한 반응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이해찬 총리 낙마 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그동안 총리실이 주도해온 굵직한 국정과제 논의가 대부분 중단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여성 정치리더 등장은 지구적 현상
칠레·라이베리아·핀란드·독일…선출식 국가지도자 12명 활약
여성 정치 리더의 등장은 이미 전 지구적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19일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그러나,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에서 여성 최고 지도자 탄생은 아직 ‘숙원’으로 남아 있다.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의 이달 초 보도를 보면, 현재 북미를 뺀 모든 대륙에서 12명의 선출직 여성 국가 지도자가 활약하고 있다.
지난 1월 칠레에서는 국방장관을 지낸 미첼레 바첼레트가, 라이베리아에서는 독재정권 아래서 수감과 망명 생활을 한 엘렌 존슨 설리프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두 사람은 남미와 아프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인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은 올해 초 재선에 성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해 이 나라의 첫 여성 총리가 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현직 여성 국가지도자로는 자메이카의 포르티아 심슨 밀러 총리, 2001년 ‘피플파워’로 집권한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대통령, 재선인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 모잠비크의 루이사 디오고 총리,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 등이 있다.
1974년 세계 처음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에비타 페론 대통령이 탄생한 이후 세계 정치무대에서 국가나 정부 수반이 된 여성 정치인은 40여명에 이른다. ‘철의 여인’으로 잘 알려진 마가레트 대처 영국 총리, 인권운동으로 유명한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총리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여-여 대결’을 벌일 가능성은 이미 지구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성 정치 지도자 가운데는 내각에 여성들을 많이 기용하는 등 ‘평등 정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 이도 많다. 노르웨이 첫 여성 총리였던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총리는 재임 기간에 여성 장관 수를 40% 이상으로 늘렸다.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와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취임 직후 각료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여성 총리 임명은 그 자체만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여성할당제 등 적극적 조처를 통해 여성 정치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19일 인준안 통과 뒤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도 “제 앞에는 5·31 지방선거를 역사적으로 가장 깨끗하고 엄정하게 치르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이를 위해 선거기간에는 위기라든지 급박하게 해결돼야 할 일 이외에는 당정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께 약속했으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대한민국호가 항해할 때 이견이 있더라도 화합하고 조정해 나가는, 균형 잡힌 어울림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의 행보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달리 ‘통합’과 ‘조정’ 쪽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총리는 일단 20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곧바로 총리실 인선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줄곧 청와대에서 정책을 담당해온 김영주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국무조정실장에 기용한 데 이어 당정관계 등 정무에 능한 인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표를 낸 이강진 공보수석 등 비서진 8명의 사표를 선별수리하되, 업무 연속성을 위해 일단 소폭 교체한 뒤 단계적으로 보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부터 내치 관련 국정 전반에 대해 전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49개로 늘어난 각종 위원회와 380여명에서 590여명으로 늘어난 조직과 인원을 추스르는 문제는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한 총리가 당면할 난제는 또 있다. 여야 격돌이 불가피한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초기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여당은 내심 한 총리와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이른바 ‘한-강 라인’을 통해 여풍을 일으켜보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당연히 야당의 격렬한 반응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이해찬 총리 낙마 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그동안 총리실이 주도해온 굵직한 국정과제 논의가 대부분 중단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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