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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너도나도 ‘영어마을’ ...앞다퉈서 ‘국제행사’

등록 2006-05-19 19:04수정 2006-05-19 21:53

광역단체장 공약 분석
“구마다 영어체험센터” “101개 세계대회 유치” 봇물
후보쪽 “영어열풍 외면 어려워” 막대한 예산 실효성 검토 필요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영어마을’ 조성 등 영어교육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국제대회 유치 공약도 봇물을 이룬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함께하는시민행동·녹색연합 등 280여 시민·지역 단체가 모인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가 19일까지 공개된 16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11명의 후보가 영어마을 조성이나 원어민 교사 확충 등 영어교육 관련 공약 15건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파주·안산 영어마을을 경쟁적으로 본뜬 것이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북권(은평·서대문)과 서남권(구로·금천)에 각각 1곳씩 1만5천평 규모에다 기숙사까지 갖춘 ‘영어 체험마을’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154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마다 ‘영어체험 존’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관용 한나라당 경북지사 후보도 3곳의 영어마을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충남에서는 오영교 열린우리당 후보와 이완구 한나라당 후보가 외국인마을 조성과 외국의 유명대학 캠퍼스 유치를 동시에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이나 정당에 관계없이 후보들이 앞다퉈 영어교육 공약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시민연대 정책자문단의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단기간 합숙에 따른 영어능력 향상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후보들이 ‘영어 열풍’에 기대 과시적으로 영어마을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인만큼 실효성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의 경우, 조성비 850억원에 연간 운영비로 150억원이 들어가고 있다.

영어마을 공약을 내건 한 후보 쪽 관계자는 “핵심 유권자인 30대 세대의 자녀 영어교육 욕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면서도 “예산의 효율성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대회나 박람회 등 국제행사를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10명의 후보가 모두 17건을 내놨다. 박맹우 한나라당 울산시장 후보는 세계수영대회 등 8개의 국제 행사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재주 국민중심당 경남지사 후보는 2016년이나 2020년 겨울올림픽을 경남에서 열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해 정희준 동아대 교수(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장)는 “업적 과시용 이벤트성 공약”이라며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에서만 수십억원씩 적자를 보는 부산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대회가 끝나고 나면 뒷감당을 할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훈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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