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기피 줄이어
경기 13곳 - 대구·울산 등 불참…‘조직적 거부’ 의혹 제기도
경기 13곳 - 대구·울산 등 불참…‘조직적 거부’ 의혹 제기도
5·31 지방선거 후보들이 각종 토론회를 기피해, 유권자들의 후보 검증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되는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토론 기피 사례가 속출해 정치 쟁점으로 등장했다. 수도권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토론회를 조직적으로 ‘불참’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허동준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24일 “한나라당이 후보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시흥(갑) 당원협의회가 시·도 의원 후보자 사무장에게 보낸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에는 “시민단체 연합토론회(22일)와 시흥시장애인연합 토론회(23일) 두 일정은 당 방침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으니 참고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한나라당 시흥(갑)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공문에 나온 ‘당 방침’은 중앙당이나 경기도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시흥시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정한 방침이 잘못 표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경기지역 31개 시·군 가운데 시흥 말고도 수원과 성남 등 모두 13개 지역의 시장·군수로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이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이날까지 각종 토론회에 불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19일의 <교통방송> 주최 토론회 등 몇몇 토론회에 나가지 않았다. 오 후보의 나경원 대변인은 “토론회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면 유세 일정 소화가 불가능해 선별 참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의 금천·도봉·성동·성북·용산구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들의 불참으로 각종 토론회가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영남지역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토론회 불참이 이어졌다. <대구시비에스>, <대구일보> 등이 지난 23일 공동으로 열기로 했던 경북지사 후보 초청토론회는 김관용 한나라당 후보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박맹우 울산시장 후보도 지난 23일 <부산일보> 등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하승창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토론회를 거부하는 것은 쟁점을 만들지 않고 현재의 유리한 지지도를 고착화하려는 선거 전술”이라며 “토론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돈 안 드는 선거와 정책선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의 토론기피 사례가 많아지자 이날 토론회 참석 대상 후보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검증해 유권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므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기성 손원제 기자, 대구/구대선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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