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한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은 28일 정동영 의장을 겨냥해 “창당 초심을 훼손하는 사람과 세력은 더는 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이는 정 의장이 지방선거 뒤를 의식해 제기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에 대한 정면비판으로, 여당은 지방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진로를 둘러싸고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을 이렇게 만들고도 책임질 줄 모르고 당을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사사로이 농락하는 사람들은 정계개편을 말하기 앞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투표일 전까지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 쪽 관계자는 “거취 표명이란 의장직 사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우리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은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금의 정계개편 논의는 한 번 더 민의를 왜곡·배반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꼼수이고 퇴행이자 추태”라고,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비판했다.
앞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지난 27일 개인성명을 내어 “정계개편이나 합당 등의 ‘정치적 꼼수’로 국민의 회초리를 피하기보다는 먼저 바지를 걷어올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로 정 의장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정 의장은 이날 “노 코멘트다. 남은 유세 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우 대변인은 “지금 이 시간에도 목이 쉬도록,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사력을 다하는 지방선거 후보들과 당원, 지지자들이 있다”며 “지금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마지막까지 최선 다할 때”라고 덧붙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
■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도지사 성명 전문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와 지지자 여러분!
저는 열린우리당 경남도지사 후보입니다. 또한 당 지도부의 일원인 최고위원입니다. 오늘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이자, 최고위원의 자격으로 최근의 상황에 대하여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표를 달라고 읍소하거나 자학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닙니다.
지난 2·18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5·31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수많은 출마자들과 함께 분투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모의 땅 경남에서 망국의 병,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우고 있습니다. 민심이 완전히 등을 돌린 어려운 조건에서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결코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승리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선거 현장,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지만, 현재의 중앙당 방침에 대해 납득할 수 없기에 선거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저의 의견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우리당은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집권여당인 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의 지지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동정도 받지 못하는 정당으로 전락했습니다. 전국정당과 개혁정당의 꿈, 열린우리당의 역사적 소명이 공중 분해되어가는 현장에서 피눈물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당은 아직도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석고대죄의 통렬한 반성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선언합니다.
당을 이렇게 만들고도 책임질 줄 모르고, 당을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사사로이 농락하는 사람들은 *정계개편을 말하기에 앞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방선거 투표일 전까지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하길 요구합니다.
(*성명서 원문에는 원래 ‘정계개편을 말하기에 앞서 당을 떠나야 합니다’라고 돼있었으나 막판에 수정함.)
온갖 정계개편의 시나리오가 구차하게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가 사욕을 채우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역사는 이번으로 끝내야 합니다. 중앙당이 주도하는 지금의 정계개편은 우리당의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당이 극복해야할 구태의 역사이며, 퇴보일 뿐입니다. 구시대 낡은 사고로 끊임없이 우리당의 창당초심을 훼손하는 사람과 세력은 더 이상 우리당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변명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은 분명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석 과반수라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국민과 지지층의 여망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습니다. 승리에 취해 오만하고 나태한 집권당의 모습이었고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기득권의 정당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하여 원인 진단조차 잘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당이 이렇게 된 것은 개혁을 하다가 좌초한 것이 아닙니다. 개혁을 열심히 추진하다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부딪혀서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전국정당 개혁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당의 모습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기 때문입니다. 개혁의 과제가 우리당을 협소하게 만들어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는 만병통치약 실용주의가 개혁의 순간마다 발목을 잡아 우리당의 정체성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정체성을 구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개혁을 바랬던 지지층도, 서민층도 우리당을 지지해야 할 명분이 없어졌습니다.
총선 전까지는 한나라당을 수구기득권세력으로 비판하고 우리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면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편으로 수구이미지를 숨기고 세련되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들의 지지층에 충실한 극우적 대결논리를 퍼뜨리면서 증오의 정치를 극대화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이후에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입법도 제대로 완수되지 못하였고 매사 모든 일에 원칙도 없고 분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숫자의 우위만을 믿고 자만에 빠졌고, 정치의 기본인 정체성 대결을 회피하면서 대화와 타협, 상생의 논리에 빠져 우왕좌왕하면서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무능한 정당으로 낙인이 찍혀갔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안타까워하시는 지지자 여러분!
문제원인의 진단이 잘못되었는데 제대로 된 대처방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모습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전국정당, 개혁정당, 정책정당입니다. 그런데 창당초심은 간 데 없고 통합만이 살 길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통합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발전을 위해 의미가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찬성하고 기여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계개편 논의는 한 번 더 민의를 왜곡·배반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꼼수이고 퇴행이자 추태입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과 세력이 선거 후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어이가 없습니다. 어제까지 사과박스에 돈 담아서 선거를 치르는 정당을 맹렬히 비난해 놓고, 선거 상황이 불리하면 통합의 대상이 되는 몰염치가 어디 있습니까?
과반의 힘을 갖고서도 개혁을 하지 못했다면 이는 당의 지도자나 당을 책임진 세력이 정말 무능하거나, 개혁의 철학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집권여당인 우리당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지역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일은 더욱 있어서도 안 됩니다. 국민들은 비웃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극복하고자 하였던 구태 지역주의 정당에 투항하거나 구걸하는 참상은 국민의 믿음과 염원에 대한 배신이며, 권력을 위해 개혁을 팔았다는 비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습니다.
이제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후에 국민의 참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잘못된 원인진단에 기초하여 아무리 싹쓸이를 막아달고 호소하여도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읍소하고 자학한다고 지지해주지 않습니다.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정당으로, 창당초심으로 돌아가는 정당으로, 대다수 서민의 삶의 무게를 덜어드리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개혁진영도 자기 혁신을 통해 스스로 진화해야 합니다.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지지자 여러분!
열린우리당이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최소한의 끈만은 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만은 보존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불씨만은 남겨 주십시오. 희망의 작은 불씨마저 꺼버리신다면 우리 정치가 얼마나 후퇴하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당의 후보들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부디 5월31일 주권자의 역할을 포기하지 마시고 반드시 투표하시어 국민의 뜻을 알려주십시오. 저는 후보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달게 받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도민여러분 사랑합니다.
2006년 5월 28일 경남도지사 후보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김두관
|
|
|
|
■ 당지도부에 '직격탄' 김두관 후보 일문일답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2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작심한 듯 정동영 의장과 실용주의자를 포함한 당 지도부에 대해 선거전 거취표명을 요구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은 김 후보와 일문일답.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하기전 대통령이나 이강철 정무특보 등과 사전에 의견을 나눈 것이 있나.
▲당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해야한다고 본다. 이 특보는 취임직후 한 번 통화했을 뿐이며 대통령이나 이 특보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
--오늘 발표가 득표에도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결심한 계기는.
▲지난 23일께 전국 시.도지사 후보들에게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결의를 다지자며 모임을 제의하는 사방통문을 돌렸다.
그러나 다 바쁘고 견해차도 있어 모이지 못했다. 그 후 중앙당에서 긴급 의총만 열고 한나라당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소위 '읍소전략'을 내놓았다. 그래서 국민들이 많이 비판했고 설득력도 없었다.
그런 것은 야당이 하는 것이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하는 것은 아니다. 종기는 아프더라도 뽑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득표 유.불리 여부는 계산 안해봤다.
--발표 직전 최철국 도당 위원장이 '해당행위'라며 말렸는데.
▲개인 생각일 수도 있겠고 중앙당 연락을 받고 급히 온 것으로 보지만 당을 살리겠다는 충정에서 고민끝에 나온 결단이다. 중앙당보다는 일선 시.도지사 후보가 중대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겠다 생각해 도와달라 했는데 중앙당은 거절했다.
'해당행위'라는 데는 동의하기 힘들다. 민주당과 통합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 거론은 결코 영남지역 후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읍소 전략에는 참담했다.
--29일 밀양 등지에서 정 의장 지원 유세가 예정돼 있나. 같이 할 것인가.
▲스케줄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고 일정도 서로 엇나가기 때문에 조우할 일은 없을 것이다. 중앙당에서 갑자기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선거 후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면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이다.
--책임은 누가 어떤 책임을 지라는 것인가. 의장 사퇴도 거론되는데.
▲상황이 어려워지면 종종 지도부 총사퇴니 일괄 사표를 거론한다. 어찌보면 그것이 책임지는 자세인것 같으나 한편으로 보면 면피하는 수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번에 지도부가 일괄사퇴해 이런 중대상황에 책임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 발표 원문을 보면 잘 알 것이며 거명하진 않겠다.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 방향이나 본인의 역할은.
▲선거 며칠 앞두고 국민들 느낌은 당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 당명을 바꾸거나 간판을 내린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당이 정말 일대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있겠나.
--선거가 임박해 부산에선 '삼보일보', 서울에선 '72시간 유세'를 하고 있다. 오늘 발표에 대해 개인 선거전략이거나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고 비난도 예상되는데.
▲비난을 감수하겠다. 집권당 최고위원으로서 취약지역인 경남지역 대표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 여긴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당을 걱정하는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뒷북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실용주의자들을 비난하고 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혹시 김혁규 최고위원도 겨냥했나.
▲김혁규 최고에 대해선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당을 그런 기조위에서 주도한 사람, 권한과 권력을 행사한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자연인 거명은 안하겟지만 대충 알 것이다.
--당을 떠나라는 의미는.
▲고건씨와의 연대와 민주당과 합당을 이야기했는데 본인이 전당대회에서 가장 크게 주장한 2가지 구호를 기억할 것이다. 당과 대통령을 살리겠다는 두마디 구호의 '십자가 연설'로 최고위원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원인에 대한 처방이 다르다. 전국.개혁 정당 역할을 못해 당 지지도가 추락했다. 4대 개혁 입법 과정에서 갈팡질팡 했다. 다수당인 여당으로 속도감있고 책임있게 대처했으면 위기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용주의 기조로 2년정도 당을 운영했다. 권한 갖고 권력 행사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정계개편 반대하면서 실용주의자들을 향해 떠나라는 것은 모순 아닌가.
▲정계개편 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당이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혁신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다른 당과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떠나야지, 우리는 당을 지키되 지금의 당이 아니라 새로운 당으로 혁신해 지켜내겠다는 의미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 (창원=연합뉴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