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통합 흐름 땐 ‘자발적 고립’ 무게
노무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가까운 참모들에게도 일절 얘기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노 대통령이 마뜩찮아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월25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갖고 있는 소신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영남·호남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통합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통합론이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흐름으로 자리잡아갈 때,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광스러운 고립’이 될 것같다.
청와대 안에는 현재 두 갈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현실 인정론이다. 이는 “통합론은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노 대통령의 소신과 어긋나는 것은 확실하지만, 노 대통령이 이를 통제하거나 거꾸로 돌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무적인 영역은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당정분리 정신인데다, 대권 창출이라는 더 큰 명분이 압도적인 힘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로 요약된다.
철저히 당정분리 하되
양극화해소·한-미 FTA의제로
‘친노 깃발’ 세울 듯
다른 하나는 “노 대통령은 지는 선거를 수도 없이 치렀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초심을 지켜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길이라고 생각하신다”라는 원칙 고수론이다. 노 대통령의 마음은 후자 쪽에 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립론’으로, 최근 이런 기조 아래 비서실이 보고서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립론은 △대통령은 철저한 당정분리 정신에 따라 당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일절 발언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치권과 다른 대통령 고유의 의제를 밀고 나간다 등이 뼈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 고유의 의제’란 널리 알려진대로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2대 국정과제다. 양극화 해소의 경우, 세금 문제를 본격 제기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놓고 ‘대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청와대 참모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는 양극화 해소책이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을 놓고, 정치권에서 각 정파의 이념과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이 보고서는 단순히 노 대통령의 고립과 이에 따른 영향력 감퇴를 전제로 작성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양극화 해소와 같은 노 대통령의 ‘정책행위’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변수이고, ‘친노 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깃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의 종속변수가 아니고, 여전히 위력적인 중요변수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양극화해소·한-미 FTA의제로
‘친노 깃발’ 세울 듯
다른 하나는 “노 대통령은 지는 선거를 수도 없이 치렀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초심을 지켜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길이라고 생각하신다”라는 원칙 고수론이다. 노 대통령의 마음은 후자 쪽에 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립론’으로, 최근 이런 기조 아래 비서실이 보고서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립론은 △대통령은 철저한 당정분리 정신에 따라 당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일절 발언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치권과 다른 대통령 고유의 의제를 밀고 나간다 등이 뼈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 고유의 의제’란 널리 알려진대로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2대 국정과제다. 양극화 해소의 경우, 세금 문제를 본격 제기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놓고 ‘대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청와대 참모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는 양극화 해소책이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을 놓고, 정치권에서 각 정파의 이념과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이 보고서는 단순히 노 대통령의 고립과 이에 따른 영향력 감퇴를 전제로 작성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양극화 해소와 같은 노 대통령의 ‘정책행위’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변수이고, ‘친노 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깃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의 종속변수가 아니고, 여전히 위력적인 중요변수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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