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연령이 ‘만 19살’(87년 6월1일 이전 출생자)로 낮춰지면서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대학생 원제호씨(가운데)와 안혜림(왼쪽)·정주현(오른쪽)씨가 31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동도중고교와 양천구 목6동 신목중학교에서 각각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유권자 62만명 … “내 한표 정치에 반영돼 뿌듯”
상당수 “참여한다고 뭔가 바뀌겠냐” 투표 외면
상당수 “참여한다고 뭔가 바뀌겠냐” 투표 외면
“기성 세대와 분명히 달라요. 기성 세대는 대개 언론 보도나 연고, 주변 이야기에 많이 치우치고, 안정적인 것만 원하지만 우린 훨씬 비판적이면서도 순수한 눈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31일 늦은 아침, 경기 성남 수정구 수진초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이영숙(서울여대 2년)씨는 선거 연령이 낮춰지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 19살(86년 6월2일~87년 6월1일생) 새내기 유권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처음 해보는 거라 좀 어색하긴 했는데, 정치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정말 색달랐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와 같은 새내기만 전국에 62만여명. 전체 유권자(3706만4282명)의 1.7%다. 소수로 보이지만, 이 숫자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당락을 가른 수치이고, 웬만한 중도시의 전체 유권자 수를 넘는다.
한영수(성공회대 1년·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씨는 투표일 저녁 오랜 만에 고향 친구들과 회식을 했다. 경기도지사와 양평군수 등을 뽑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대학 등에 다니는 친구들이 모두 제 ‘지역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씨는 “투표 안 한다는 친구들까지 억지로 투표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해, 술도 한잔 했다”며 “술안주는 오늘 투표 결과였다”고 말했다. 사흘만 늦게 태어났어도 이번 선거엔 참여하지 못했을 그는 “내 표가 정치에 반영된다는 게 뿌듯한데 왜 그런 재미를 지금까지 어른들만 맛 봤는지 모르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더 많은 ‘19살’들은 선거를 외면했다. 서울 중구의 최아무개(19·연세대)씨는 “부패한 정당, 무능한 정권 때문에 이번 선거에 도통 관심 없는 친구들이 반 정도”라며 “학교 축제 기간인 데다 엠티를 간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허승진(서울 서대문구 신영동)씨도 일찌감치 학원으로 나섰다. “선생님들이 한국 정치 시사를 얘기해줄 때마다 환멸을 느꼈다”며 “투표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한영수씨는 “자기한테 선거권이 주어졌다는 걸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적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 어른들처럼 ‘투표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며 투표를 포기하거나 무관심했다”고 아쉬워했다. 87년 5월25일생이라는 이순재(서울 강동구·서울여대 1)씨는 “후보들이 보여준 선거 운동이나 공약 내용들이 다 닮아있어서 유권자들이 냉담할 수 있겠지만,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뽑으려면 우리 세대부터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19살 새내기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은 정책 비전과 후보자의 소속 정당이었다. 이미지 정치가 기승을 부린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영숙씨는 “신세대 유권자들을 위한 등록금, 청년 실업 관련 공약도 많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의지가 구체화할 수 있는 정당을 주로 봤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1987년 민주항쟁 때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왔던 ‘넥타이 부대’(직장인)들의 자녀 세대다. “참여 자체로 의미가 깊어요. 권리를 행사해야 우리 세대를 위한 정치를 할 것 아닌가요. 우리의 표가 영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첫 참정권행사의 기쁨을 누린 이영숙씨의 말에선 투표에 무관심한 적지 않는 친구들 때문인지 진한 아쉬움도 함께 묻어났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또 한영수씨는 “자기한테 선거권이 주어졌다는 걸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적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 어른들처럼 ‘투표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며 투표를 포기하거나 무관심했다”고 아쉬워했다. 87년 5월25일생이라는 이순재(서울 강동구·서울여대 1)씨는 “후보들이 보여준 선거 운동이나 공약 내용들이 다 닮아있어서 유권자들이 냉담할 수 있겠지만,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뽑으려면 우리 세대부터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19살 새내기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은 정책 비전과 후보자의 소속 정당이었다. 이미지 정치가 기승을 부린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영숙씨는 “신세대 유권자들을 위한 등록금, 청년 실업 관련 공약도 많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의지가 구체화할 수 있는 정당을 주로 봤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1987년 민주항쟁 때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왔던 ‘넥타이 부대’(직장인)들의 자녀 세대다. “참여 자체로 의미가 깊어요. 권리를 행사해야 우리 세대를 위한 정치를 할 것 아닌가요. 우리의 표가 영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첫 참정권행사의 기쁨을 누린 이영숙씨의 말에선 투표에 무관심한 적지 않는 친구들 때문인지 진한 아쉬움도 함께 묻어났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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