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느낀다” 말 아껴
최소 11곳의 광역단체장과 대부분의 기초단체장을 석권한 것으로 나타난 한나라당은 잔칫집 분위기 속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선거전 종반까지도 열세지역이던 대전 등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자 4년 전 세웠던 광역단체장 11곳 석권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이재오 원내대표, 허태열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 20여명은 개표 시점인 오후 6시께부터 서울 염창동 당사 1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이 원내대표는 “애초 몇 석을 목표로 선거에 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상대 당이 갑갑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웃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국민의 성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표정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당 지도부는 각 시·도당에 당선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출구조사 결과만 보고 당선 소감을 발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후 주소지인 대구에서 투표를 마치고 저녁 8시30분께 당사를 찾아 당직자들을 격려한 뒤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텔레비전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선거 결과가 완전히 나온 다음에 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한 뒤 밤 9시15분께 귀가했다.
박 대표의 귀가 뒤에도 당직자들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전시장과 제주지사 선거 개표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도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원희룡 상황총괄본부장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투표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예상보다 격차가 커진 것 같다”며 “깨끗한 선거를 통해 젊고 참신한 시장을 배출해냄으로써 정치문화를 혁신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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