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명 영예수여안 의결, 여운형선생에 대통령장 그동안 독립유공자 서훈 대상에서 제외됐던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이 광복 6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22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항일 독립투쟁에 이어 광복 뒤 남북 합작 운동을 벌였던 몽양 여운형 선생에게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추서하는 등 권오설(건국훈장 독립장), 조동호(〃), 강창보(건국훈장 애국장), 구연흠(〃), 김재봉(〃) 등 좌파 또는 사회주의 계열 인사 54명을 포함한 165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영예 수여안’을 의결했다.
서훈 추서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오는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번에 포상하는 독립유공자의 훈격은 건국훈장 35명(대통령장 1, 독립장 2, 애국장 4, 애족장 28), 건국포장 29명, 대통령 표창 101명이다.
정부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서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해방 60년 만에 반쪽짜리 독립운동사를 복원하는 계기를 찾았다는 의미가 크다.
국가유공자 공적심사위원장인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이 있었지만, 그동안 민족주의 독립운동가에게만 포상이 이뤄져 왔다”며 “세계 흐름에 따라 사회주의 계열자에게도 포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병준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도 “일제의 탄압이 극심하던 1930년대 이후에 굴하지 않고 항일운동을 계속했던 독립운동가는 사회주의 계열이 민족주의 계열보다 수가 더 많다”며 “해방 후 월북했거나 북한 정권 수립에 가담했던 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중도좌파 인사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복권은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의 대표 격인 몽양 선생에게 건국훈장 1등급이 아닌 2등급을 부여한 것은 보수단체 등 사회 일각의 반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대목이 남아 있다는 징표다. 좌우합작의 우파 쪽 영수로 활약했던 김규식 박사는 서훈 1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용하 명예교수는 “몽양 선생은 기준에서 1등급과 2등급 어디에도 해당될 수 있으며, 1심·2심·합동심에서 신중하고 민주적으로 완전 개방해 논의한 뒤 무기명 투표를 통해 2등급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몽양 선생의 서훈을 북한에 있는 딸인 원구씨에게 전달하는 방안과 국내에 있는 몽양의 조카 여명구씨에게 주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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